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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바닥까지 드러났다”…한반도 덮친 가뭄과 폭염의 이중고
사회

“저수지 바닥까지 드러났다”…한반도 덮친 가뭄과 폭염의 이중고

강민혁 기자
입력

최근 한반도 전역이 이례적인 마른장마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각종 저수지의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7월 9일 기준, 강릉시 대표 취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30.9%로 급격히 하락해, 시는 이틀간 급수와 삼일간 단수를 반복하는 제한급수 체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저수율이 더 떨어질 경우 비상 급수체계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저수율 하락은 올여름 장마가 평년보다 짧게 끝나고,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된 영향이 크다. 9일 한국농어촌공사 자료에 따르면 강원(49.5%)·제주(53.9%)·전남(57.8%)·전북(58.9%) 주요 저수지들의 평균 저수율이 평년 대비 10%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부 저수지에서는 바닥이 드러나고, 악취와 수질 문제가 겹쳐 생활 불편도 커지고 있다.

바닥 드러낸 강릉 식수원 오봉저수지 상류 / 연합뉴스
바닥 드러낸 강릉 식수원 오봉저수지 상류 / 연합뉴스

가뭄의 파장은 농업뿐 아니라 시민 생활 전반에 미치고 있다. 강릉·제주 같은 지역은 생활용수 공급도 저수지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주민들과 관광객까지 물 사용을 제한받는 상황이다. 지방 정부와 공공기관은 TV 자막, 전단지, SNS 등을 활용해 물 절약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는 장기 가뭄 속 작황 부진, 낙과 등 생계 위기가 현실화됐다. 한 농민은 “1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심각한 가뭄은 처음 겪는다”며, “이대로 가면 농사를 망칠 판”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은 가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 9일 ‘제3차 범농협 재해대책위원회’를 개최해 관정 개발, 양수기·비상용급수차 지원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뚜렷한 강우 예보가 없어, 당분간 단기 대책과 절약 캠페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강릉시는 대형 건축물 지하수, 인근 시군 물 지원, 해수 담수화 등 단기 임시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일부 도서지역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가동해 급수 중이며, 전국 주요 농업지대에서도 긴급 관정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원인으로 ‘비 없는 장마’와 폭염 장기화를 복합적으로 지적한다. 여름철 평년 강수량 비축이 크게 부족해 내년 농업과 국민 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위기가 동시에 닥친 올여름, 저수율 회복을 위한 효과적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 당국과 지역사회 모두 단기적 조치와 함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물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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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폭염#저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