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무대 위 시간 초월 존재감”…‘고도를 기다리며’→희망 다시 움트는 순간→관객 심장에 닿다
진한 세월의 주름 위로 온기가 스며든 순간, 배우 신구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관객과 눈을 맞췄다. 공승연과 박근형이 함께한 사진 속 신구는 단단한 손길로 하트 포즈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고된 투병의 시간을 견뎌온 흔적이 얼굴에 어렸지만, 그 눈빛에는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생의 의지가 담겼다.
2023년 심부전증 진단 이후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한 신구는 낯설어진 일상에도 담담하게 적응했다. 유튜브 ‘조라이프’에서는 “여든다섯까지는 건강했다.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고 나서 체중이 줄었다. 맥박이 멈추면 자동으로 조정해준다. 이놈이 한 10년은 산다는데, 나보다 오래 살 것”이라며 특유의 유쾌함을 전하기도 했다. 삶의 속도가 달라져도 무대에 대한 애정만큼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이어졌다.

최근 신구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서울 공연을 마치고 전국 9개 도시 투어에 한창이다. 박근형, 공승연 등 후배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하트 포즈를 지으며 기록된 현장 사진은 세대를 초월한 예술의 교감을 오롯이 보여줬다. 오랜 무대 생활에서 축적된 내공은 긴 투병의 시간을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이 됐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맞닿은 무대에서는 그의 생명력과 존재감이 한층 더 빛났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도 신구의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은 확장됐다. 신구는 초능력으로 췌장이식 후 회춘하게 된 사이비 교주 영춘을 연기하며, 박진영과 2인 1역 호흡을 맞췄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련한 연기와 신선한 에너지는 캐릭터의 입체감을 극대화시켰으며, 삶과 죽음, 회복의 메시지까지 내포했다. 관객들은 스크린에서까지도 늙지 않는 열정을 담은 신구의 모습에 감동했다.
오랜 투병과 수술을 거쳐 다시 무대에 선 신구의 모습은 누군가에겐 용기, 또 누군가에겐 살아 있음의 존재감으로 깊게 남았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누비며 관객을 만나는 설렘, 동료들과의 우정, 소박한 미소 속에서 그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전국 투어와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신구의 새로운 도전은 오늘도 생생하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