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연속 본선 도전”…홍명보호, 35년 만 이라크 원정→월드컵 직행 앞둬
새벽 공항에는 긴장과 결의가 어른거렸다. 35년 만에 밟는 이라크의 땅,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떠나는 홍명보 감독과 축구대표팀의 표정에는 숙연함과 각오가 묻어 있었다. 마지막 휘슬이 경기장을 가를 때, 대한민국 축구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이라는 위업의 문턱에 선다.
2026년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라크 원정에 나선다. 6일 새벽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펼쳐질 이 일전은 35년 만에 현지에서 치르는 공식 맞대결로, 대표팀 선수단은 전세기를 타고 현지에 입성했다. 현재 대표팀은 4승 4무로 B조 선두를 달리는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승점 1만 추가하면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FIFA 랭킹 23위의 한국과 59위 이라크의 격차는 기록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0승 12무 2패로 전국민이 기억하는 상대 전적에 더해, 공식적으로 이라크 원정 패배는 1984년 LA 올림픽 최종예선이 유일하다. 이라크와 현지에서 공식 맞대결을 가진 것은 1990년 바그다드 친선경기 이후 35년 만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 윙백을 소화했던 시절이다.
대표팀은 인천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도착해 곧바로 알파이하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체력 수준과 전술 적응도에 맞춰 세 그룹으로 나뉘었고, 이강인, 권경원, 원두재 등 핵심 자원들이 모두 합류해 경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라크 현지는 한낮 기온이 45도를 넘기는 등 환경이 혹독해, 코치진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다양한 전술 조합을 실험하며 “낯선 상황에 잘 적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대표팀 선수 중 이라크 원정 경험이 있는 이는 홍명보 감독 한 명 뿐, 그만큼 새로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1990년 이후 이라크와 현지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던 배경에는 오랜 정치적 불안도 자리하고 있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이, 두 팀 모두 굳건한 시간을 견뎌왔으며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자부심을 지켜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정과 결과 모두 놓칠 수 없는 중대한 일전”임을 강조하며 선수단과 팬 모두 하나 돼 응원을 보냈다. 대표팀이 승점 1 이상을 거둘 경우, 본선 직행과 함께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한다. 반면 원정에서 승점을 놓칠 경우,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마지막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향한 마지막 관문 앞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표정에는 기다림과 설렘, 책임감이 동시에 비쳤다. 이라크 원정 이후 대표팀은 귀국해 조 1위 확정과 11연속 본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숨막히는 열기와 묵직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구는 기록 너머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내려간다. 이 경기는 6일 새벽 이라크 바스라에서 펼쳐지며, 전국의 축구팬들은 또 한 번의 역사를 함께 숨죽여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