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500승 달성”…차명석, 조용히 쌓은 LG 트윈스 이끌이→현역 단장 중 최고 승률
스포츠

“500승 달성”…차명석, 조용히 쌓은 LG 트윈스 이끌이→현역 단장 중 최고 승률

전서연 기자
입력

조용한 미소가 잠실구장 한 켠을 채웠다. LG 트윈스의 단장 차명석은, 박수와 환호 대신 자신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500승이라는 남다른 기록도, 5연패 끝날 적 깊어진 생각 앞에서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잠실, 5월 3일 SSG 랜더스전에서 LG 트윈스가 승리를 거두며 차명석 단장이 이끄는 팀은 통산 500승을 쌓았다. 이는 현직 단장 가운데 두 번째 기록으로, 특히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에 이어 달성된 점이 야구계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기록의 순간에도 차명석 단장은 조용함을 택했다. LG 구단 직원들이 축하 자리를 준비했으나 그는 사양했고, 오히려 연패의 흐름을 자신의 ‘아홉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500승 달성”…차명석, 조용히 쌓은 LG 트윈스 이끌이→현역 단장 중 최고 승률 / 연합뉴스
“500승 달성”…차명석, 조용히 쌓은 LG 트윈스 이끌이→현역 단장 중 최고 승률 / 연합뉴스

LG 트윈스는 단장의 500승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차명석 단장 역시 “부끄럽다”는 말로 구단의 기록 남기기마저 만류했다. KBO리그 역시 단장 관련 공식 기록 집계를 하지 않는 탓에, 이 숫자는 조용히 시간의 한켠으로 흘러갔다. 야구는 늘 숫자와 기록이 교차하는 무대지만, 단장들은 선수·감독과 달리 조명 바깥에서 존재해 왔다. 기록의 주인공이 누군지 다시 묻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야구계 변화의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구단 관계자는 “이제 단장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시대”라고 전했다. 실제 10개 구단 중 7명의 단장이 선수 출신이며, 나머지 3명 역시 깊이 있는 현장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 꼽힌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이미 지난 해 취임 13년 만에 1,000승 고지를 넘었다. 그 때도 현장의 축하는 소박했지만, 긴 시간 점을 찍어온 성실함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차명석 단장은 현재까지 918경기를 치르는 동안 513승 26무 379패를 기록하며, 승률 0.575로 현직 단장 중 가장 높은 소속팀 승률을 증명했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0.556, 두산 김태룡 단장은 0.548, kt wiz의 나도현 단장은 0.541로 그 뒤를 이었다. SSG 랜더스 김재현 단장과 롯데 자이언츠 박준혁 단장은 100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숫자와 기록의 세계에서, 단장의 존재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선수로, 경영자로 거듭난 단장들의 시대. 차명석 단장의 500승은 승리의 집계 너머, 구단과 조직을 이끌어온 조용한 헌신의 발자취를 새기는 의미로 남는다. 시즌 막바지 경쟁에 접어드는 LG는 차명석의 리더십 아래 분위기 반전과 상위권 도약을 노린다. LG 트윈스의 다음 경기는 잠실 홈구장에서 이번 주말 예정돼 있다.  

 

하루의 경기, 응원의 목소리, 조용히 이어온 시간 위에 기록의 의미는 자연스레 내려앉았다. 현장 벤치에서 묵묵히 팀을 응시하던 차명석 단장의 모습은, 때로 숫자보다 오래 남는다. LG 트윈스의 행보와 함께, 스포츠 현장의 깊은 여운을 잠실이 품는다.

전서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차명석#lg트윈스#kbo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