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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농민들, 냉장시설 결핍의 벽에 좌절”…토마토·과일 가격 붕괴→탈레반 체제 농촌 빈곤 심화
국제

“아프가니스탄 농민들, 냉장시설 결핍의 벽에 좌절”…토마토·과일 가격 붕괴→탈레반 체제 농촌 빈곤 심화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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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드넓은 농지 위에 펼쳐지는 이른 여름, 끝없이 이어지는 밭둑 끝마다 농부들의 한숨이 메아리친다. 수확철의 들판은 풍요롭지만, 그 풍요는 오래가지 못하고 시장의 냉정한 가격표 아래 허물어진다. 냉장시설의 부재는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족쇄가 되었고, 그들의 땀방울로 익은 토마토와 과일은 단 하루 만에 빛을 잃는다.

 

미국 매체 ‘아무TV’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서부 파라주와 헤라트주의 농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물을 1kg당 5아프가니, 우리 돈으로는 100원 남짓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현지 농민 네다 모함마드는 한 해 농사의 결실조차 처분조차 못 하고 모두 버리기도 했다고 담담히 전한다. 하루만에 팔리지 못한 과일은 시장 밖 어귀에서 시들어간다.

아프간 농산물 가격 급락…냉장 인프라 부족에 1kg당 5아프가니 거래
아프간 농산물 가격 급락…냉장 인프라 부족에 1kg당 5아프가니 거래

특히 헤라트주에서는 토마토 대량 출하와 맞물리며 가격 하락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농민 모함마드 이스마일은 필수 원재인 비료와 살충제의 가격마저 달러 강세 영향으로 높아지는 현실 앞에 무력감을 토로한다. 수확의 기쁨은 곧바로 불안의 기운으로 바뀌고, 농촌의 저녁노을은 공동체의 위기를 감춘다.

 

농업 인프라 미비와 기후변화의 불운이 거듭 겹치는 상황에서, 시장 질서는 자주 무너진다. 교역의 숨통은 외부 원조마저 줄어든 지난 수년 사이 더욱 죄어들었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와 더불어 다시 등장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체제 아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래 지속된 원조 축소는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버팀목을 약화시켰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농업이 지닌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과 극심한 인프라 부족으로 시장이 안정성을 찾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금융시장에서도 농산물 가격의 급격한 변동, 그리고 투입재 비용의 상승은 곧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국제기구와 원조 단체들은 냉장 보관 등 기초 인프라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프가니스탄의 푸른 들판은 매년 다시 열매를 맺지만, 그 열매가 평안한 시장과 농민의 저녁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험난하다. 각국의 외교적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그날까지, 이 땅의 농민들은 침묵 속에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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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탈레반#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