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대립이 드리운 그림자”…실리콘밸리, 정책 불확실성 증폭→AI·가상화폐 운명 갈림길
청명한 캘리포니아의 하늘 아래, 부유하는 혁신의 기운마저 요동치는 실리콘밸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이에 드러난 균열은, 건조한 여름 바람처럼 태크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신산업을 선도하는 억만장자들의 목소리는 작지 않으며, 정치적 흐름과 경제적 대세를 바꿀 만한 위력을 은밀히 품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머스크를 위시한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거액을 쏟아붓고, 데이비드 색스, 피터 틸 등 또 다른 억만장자들은 트럼프의 등 뒤에서 정책을 설계했다. 바이든 행정부 규제로 눌려왔던 가상화폐 기업들이 규제 완화라는 트럼프의 약속에 희망을 걸고 행동대열에 합류하며, 그들의 영향을 입증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은 기존의 견고했던 혁신산업-정치권 협력의 금을 따라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지면, AI와 가상화폐 정책을 설계하는 데이비드 색스가 새롭게 부상할 불확실성을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서 흐르는 불안감은 태크 거인들의 정책 노선 변화에 기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을 겨냥한 규제 완화와 IT 대기업들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암시해왔으나, 이 대립이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의 워싱턴 사업행보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조짐이 엿보인다.
벤키 가네산 멘로벤처스 파트너는 “이제는 인물에 의존하는 시대를 넘어, 원칙 중심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태크 업계에 내재한 변화의 방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머스크 견제라는 정책 메시지는 실리콘밸리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는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조차 기회주의 논란을 일으키며 업계 대응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 불확실성은 단순히 대통령과 태크 리더 간의 힘겨루기에 그치지 않는다. IT와 금융 시장, 나아가 인공지능과 가상화폐라는 미래 산업의 운명까지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테슬라, 트위터, 그리고 수많은 AI·블록체인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원칙과 가치, 협력의 틀을 모색할지 세상의 시선이 모아진다.
혁신의 바람이 언제나 푸르게 불어올 것만 같았던 실리콘밸리에, 이제 또 한 번 운명의 갈림길이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