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안보 카드 쥔 푸틴–트럼프, 미러정상회담서 한반도 논의 물꼬트나”…외교가 촉각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에 뜨거운 외교적 공방이 더해졌다.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릴 예정인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지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러 정상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외교가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주된 의제는 3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지만, 동시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이 미·러 정상의 입을 통해 거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관심을 보여온 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푸틴 대통령이 만남에 임한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투병 1만1천여명, 올해 초 3천명 이상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했으며, 6월에도 6천명 추가를 약속한 바 있다. 미·러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쿠르스크 지역의 북한군 철수 여부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전적으로 먼저 북미 대화 중재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 설명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에 북한은 큰 카드”라며 “푸틴이 일방적으로 트럼프에게 ‘북한과 논의해보라’ 고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할 개연성은 적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북러 정상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안부를 묻거나, 대북 정책 변화를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방식도 점쳐진다. 한편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에 참여하는 두 정상을 제외하고는 세부 의제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북측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때 새로운 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기존 대북 비핵화 노력에는 선을 그으면서, 대화 재개에 대한 조건을 제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러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의 전환점인 동시에,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종전 협정 등 복잡한 협상에서 한반도 문제가 깊이 논의되긴 어렵지만, 푸틴이 대북제재 해제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완화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알래스카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의 소외,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실화에 대한 경계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외교가는 미러 정상회담의 예상치 못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미·러 정상 간 협의 내용과 북러 간 후속 교신을 면밀히 주시하며,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영향 분석 및 외교적 대응 방안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