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선 3년5개월 만에 돌파”…코스피, 상법 개정·내수 부양 정책에 랠리 가속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의 높은 벽을 다시 넘어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불어온 ‘허니문 랠리’와 함께, 상법 개정 및 내수 부양 정책에 대한 간절한 기대가 증시의 밝은 표정 위에 깊게 스몄기 때문이다.
6월 11일,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1% 넘게 치솟으며 2022년 1월 18일 기록한 2,902.79, 그리고 2023년 7월 11일 2,896.43의 전고점을 잇따라 넘어섰다. 지난 4월 초 2,300선의 턱 밑까지 밀려났던 지수는 두 달여 만에 578.15포인트, 25.21% 반등하는 힘찬 흐름을 보였다.

변화의 중심엔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로 촉발된 정책 드라이브가 자리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상법 개정안이 재추진되고, 더불어민주당이 1년 유예기간 삭제 및 ‘3%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신뢰가 한층 증폭됐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관세 일부가 유예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만한 안정을 되찾는 모습도 코스피에 긍정적인 배경을 제공했다. 한동안 관세 전선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분위기 전환에 따라 회복 흐름을 타며 주가의 상승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약 1조 1천억 원대 순매수로 돌아선 데 이어, 6월 들어서만 4조 원 가까이 코스피 현물을 사들였다. 장기 침체로 인한 저평가와 정책 개혁 추진이 맞물리면서, 기업 가치본연의 회복력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9.6배다. 코스피가 역사적 평균 수준인 9.97배를 회복한다면 지수는 2,930을 웃돌 수 있다. 만약 주가순자산비율이 1배선 재회복에 성공한다면 2,990선까지 상승 여력이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2차 추경 편성, 반도체특별법 등 산업 지원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 또한 소비재,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게임, 관광업종의 활력을 북돋았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등 주주친화정책이 시장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하반기엔 10년 평균 밸류에이션 회복 구간인 3,050선 근접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앞에 놓인 도전도 분명하다. 미국 진영의 품목별 관세 신설, 보편관세 10%, 자동차 25%, 철강 50% 등 신규 관세와 반도체·의약품 추가관세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발표한 5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자동차 수출은 30% 넘게 급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 및 기업 이익 전망에는 부담이 남는다.
하반기는 미국과 주요국의 무역협상, 그리고 8~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둘러싼 금리 변동성이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내 소비 둔화 리스크, 과열 논란에 휩싸인 해외 증시 등도 낮게 깔려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둔화되더라도 상법 개정과 내수 부양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독특한 장세라며, 하반기에는 정부 정책 효과가 선반영된 뒤 미국 소비와 수출 둔화 현실화에 따라 코스피가 정체 흐름을 맞이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정책과 투자 심리, 세계 경기에 따라 출렁이겠지만,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 더 단단한 지표와 신중한 시선 속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6월 하순 예정된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와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은 시장 향방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