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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뜨겁고 냉방은 반갑다”…여름 도시의 숨은 명소를 찾는 대전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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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뜨겁고 냉방은 반갑다”…여름 도시의 숨은 명소를 찾는 대전 시민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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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전에서는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더위를 피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한때 단순히 피서 장소로 여겨지던 곳들이 이제는 일상 속 나만의 여름 쉼터가 되고 있다. 푸른 하늘과 강렬한 볕이 공존하는 이 계절, 작지만 달라진 선택지들이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9일, 대전은 오전부터 최고 36도까지 기온이 오르며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도심 곳곳에서는 더위를 피해 실내 문화 명소와 녹음이 우거진 쉼터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은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시원한 냉방 속에서 예술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친구와 함께 온 김태희 씨(35)는 “바깥은 걷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데, 이렇게 예술작품을 즐기며 쉬는 시간이 제일 시원하다”고 고백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 한밭수목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 한밭수목원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대전시 내 박물관·미술관, 과학관 등 실내 문화시설의 이용률이 지난 6월 대비 15%가량 늘었다. 국립중앙과학관 역시 아이 손을 잡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북적인다. 여름 휴가 대신 도심 속 가까운 문화 체험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편 녹지가 우거진 한밭수목원은 일상의 작은 피서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아침이나 해질 무렵, 시원한 그늘 아래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정오가 지나면 볕이 세서 힘들지만, 아침엔 새소리 들으며 걷기 좋아서 요즘 매일 산책 루틴이 바뀌었다”, “더운 날엔 온천 근처 족욕장에서 발을 담그며 식히는 재미가 있다”는 공감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도심형 소확행 피서’라고 부른다. 권소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는 “실내외를 넘나드는 이색 명소가 대전만의 여름 피서법이 됐다”며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내 생활권에서 취향껏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저녁이 되면 유성온천지구, 보문산 등 야외 명소도 다시 북적인다. 그만큼 시민들도 각자만의 피서 루틴을 만들고 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해 거처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고 나를 마주하는 여유를 찾는 것. 댓글 반응도 “요즘은 실내에서 여유롭게 전시 하나 보고, 조용히 녹지에서 걷는 게 힐링이다”, “작은 변화지만 내 삶이 조금 다정해졌다”는 경험담이 많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계절 리듬 역시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대전 도심의 여름 명소는 단지 무더위를 피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소소한 감각과 쉼이 교차하는 새로운 일상의 풍경이 된 셈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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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한밭수목원#대전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