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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쏟아지고, 땅은 데인다”…비와 폭염, 동시 공격에 바뀌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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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쏟아지고, 땅은 데인다”…비와 폭염, 동시 공격에 바뀌는 일상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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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더위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엔 ‘장마다웠던’ 여름이 어느 순간 ‘한 번에 쏟아지는 비, 끈적한 무더위’로 바뀐 셈이다. 이젠 기상특보 문자에 더 자주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갑작스러운 호우와 폭염 속에 가족의 일상을 다시 점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오늘도 기상청은 충남 태안, 보령, 홍성에 호우경보, 강릉평지와 동해·삼척평지엔 폭염경보를 알렸다. 제주 동부엔 탁한 비가 5~20mm 내린 데다 40mm 가까운 추가 예보까지 쏟아졌고, 남부 전역과 동해안, 울릉도·독도 주민에게도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 커뮤니티나 SNS에는 “하늘은 퍼붓는데, 바람 한 점 없어 더 답답하다”, “계곡엔 못 가고, 집에만 있다”는 체험담이 쏟아진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제공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한파와 폭염’ 이중 특보가 확대되는 날이 많아졌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특히 야외활동 장소를 찾는 사람들 사이엔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경계가 자연스러운 규칙이 됐다. 하천변 산책로·지하차도 출입 통제와 산사태 위험 예고도 일상 풍경. 대학생 손주영(27) 씨는 “비만 오면 캠핑 약속이 무산되고, 폭염 땐 마트·카페가 피난처가 된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인 기상 변화에 ‘피로 사회의 새로운 일상’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환경심리학자 김예진은 “기후가 일상을 위협할수록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챙기고, 안전한 공간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건강·안전에 더 민감해지는 게 요즘 생활의 본질”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에 갇혀 출근도 못 했지만, 무리하지 않은 덕에 피해를 줄였다”, “폭염 덕분에 가족끼리 실내에서 영화 봤다”는 등, 날씨가 일상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바꾼다. 급류와 침수, 하수도 역류 등 크고 작은 피해 걱정은 늘었지만, 그만큼 내 사람을 다시 챙겨보게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누군가에겐 그저 하늘 얘기일 수 있지만, 요즘엔 사소한 날씨 변화가 한 집안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준비 없는 외출, 무리한 야외활동을 포기하면서 집에 머무는 하루, 어쩌면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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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호우경보#폭염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