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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여행 1945”…한일 청춘, 진실 앞 눈물→화해의 가능성 짙어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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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여행 1945”…한일 청춘, 진실 앞 눈물→화해의 가능성 짙어진 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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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소로 대화를 시작한 일곱 명의 젊은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마주하는 용기와 고뇌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청춘들이 한자리에 모인 ‘교환여행 1945’는 각기 다른 기억과, 손쉽게 꺼낼 수 없는 진실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이들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덕수궁과 중명전, 삼척과 제주, 히로시마와 오키나와까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에서 나눈 질문들은 상처의 흔적 위에 조심스럽게 쌓여갔다.

 

서울의 고요한 궁궐 앞에서 던져진 “역사는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라는 물음은, 삼척의 광업소 갱도에서 ‘근대화’와 ‘수탈’이란 상반된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골짜기에서, 청춘들은 과거의 고통과 현재를 가르는 뜨거운 시선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일본이 남긴 전쟁의 흔적을 품은 제주 알뜨르비행장에서, 밤바다를 배경으로 번진 이야기는 끝내 “나는 왜 일본인으로 태어났을까”와 같은 자기 고백을 이끌어냈다.

한일 청춘, 기억과 진실의 시간…‘교환여행 1945’ 7인, 전쟁의 무게→화해의 길 나선다 / KBS
한일 청춘, 기억과 진실의 시간…‘교환여행 1945’ 7인, 전쟁의 무게→화해의 길 나선다 / KBS

이 여정은 일본 땅에서 더욱 깊어졌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참상 앞에서 머뭇거린 한국 청년들의 모습, 오키나와 소녀들의 비극에 대한 연민과 질문이 교차하는 현장이 이어졌다. 전쟁의 결과에는 승자가 없다는 평범한 진실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고통 속에서 절실하게 다가왔다. 청춘들은 “위안부는 사기냐”, “원폭은 면죄부인가”, “일본 군인의 죽음조차 슬퍼해야 하는가”라는 금기까지 논의하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용기를 보여줬다.

 

이렇게 이어진 14일간의 기록은 한일관계의 뿌리에 자리한 아픔과, 그 너머의 인간적 연민을 섬세하게 비췄다. 과거의 상처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시도, 스스로 피해와 가해의 잣대를 재조정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오늘날 세대의 새로운 화해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그치지 않고, 방송 이후 유튜브에서는 천재이승국과 다니엘 린데만의 리뷰, 최태성과 김정인 교수의 해설까지 더해지며 의미를 넓힌다.

 

광복 80주년 특집 UHD 다큐멘터리 ‘교환여행 1945’는 역사의 무게를 공유하고자 한 청춘들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 치유와 공존의 희망이 담겨 있음을 잔잔히 말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8월 17일과 24일 저녁 8시 5분, KBS 1TV에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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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여행1945#한일청춘#광복8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