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계곡부터 찐빵 마을까지”…횡성에서 찾는 수채화 같은 여름의 쉼
라이프

“계곡부터 찐빵 마을까지”…횡성에서 찾는 수채화 같은 여름의 쉼

최하윤 기자
입력

여름이 깊어질수록 ‘느리게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한때는 대형 워터파크만 찾았다면, 이제는 산과 계곡, 마을을 골고루 누비는 먹거리와 체험이 가득한 쉼표 여행이 일상이 됐다.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엔 삶을 돌보는 새로운 태도가 담겨 있다.

 

강원도 횡성에서 만난 여름은 시원함과 따스함이 함께 흐른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리조트형 워터파크 ‘웰리힐리파크 워터플래닛’에서 하얀 물살에 몸을 맡긴다. SNS에는 “슬라이드에서 아이들과 같이 소리치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는 인증글이 이어진다. 반면, 한적함을 찾는 이들은 국립청태산자연휴양림이나 병지방리계곡을 선택한다. 울창한 산림 속 오솔길을 걷거나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누구든 “도시의 피로가 녹아내린다”고 고백한다.

국립횡성숲체원(ⓒ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IR 스튜디오)
국립횡성숲체원(ⓒ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IR 스튜디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가족·커플 단위의 자연 체험형 숙박과 생태 여행지 검색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늘었다. 부모들은 “휴가지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먹는 경험이 가장 소중하다”며 한우체험관이나 찐빵 만들기 마을로 발길을 옮긴다. 특히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의 경우, 제빵 체험 후 막 쪄낸 빵을 나눠 먹는 시간이 큰 인기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런 트렌드를 “관계의 재발견”이라 부른다. 김명진(여행기획자) 씨는 “요즘 여행은 명소 ‘찍고 오기’보다, 작은 로컬에서 같이 만들고 이야기 나누는 데 의미의 무게가 옮겨갔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 키우면서 이렇게 자연 가까운 곳에서 쉬어본 건 오랜만”, “찐빵 빚으면서 엄마랑 웃었던 기억이 남았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많다. 계곡가에 자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밤이면 산림욕장 오두막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횡성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한나절 물놀이, 산책, 체험, 특별한 한 끼 식사가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리듬을 만든다. 작고 다정한 하루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함께’의 온기를 배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최하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횡성#웰리힐리파크#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