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존중, 흡수통일 추구 않겠다”…이재명 대통령, 9·19군사합의 복원 의지 천명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남북 대화 복원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경축식 경축사에서 “북측 체제를 존중하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할 뜻이 없다”고 공식 천명했다. 남북관계의 전환점에서 대결과 분열 대신 ‘신뢰’와 ‘대화’ 회복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은 원수가 아니며, 일체의 적대행위 의도도 없다”고 밝힌 뒤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우리 정부는 취임 이후 전단살포 중단,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 등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숱한 부침에도 남북 대화는 이어졌으나, 지난 정부에선 단절됐다”며 “이제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인내와 단계적 실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담긴 상호존중, 평화지향 정신은 6·15, 10·4, 판문점, 9·19 등에 걸친 모든 선언에 관통한다”며 “특히 9·19 군사합의는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의 상징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점으로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북측 역시 신뢰 복원과 대화 재개에 화답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문제에 관한 현실적 접근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결국 ‘핵 없는 한반도’다. 비핵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 협력 속에서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도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치권을 겨냥한 쓴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사적 이익을 쫓는 세력이 분단을 빌미 삼아 편 가르고 국민을 분열시켜왔다”며 “정치문화 역시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대립에서 벗어나,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일관계와 외교 노선에 대해서는 한층 더 실용적 접근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은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온 만큼, 과거를 직시한 미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있지만 일본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이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중심 실용외교, 셔틀외교를 통해 미래지향적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거나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은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며, 보훈과 정체성 함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자유와 풍요는 수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이룬 성취”라며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정치권 뿐 아니라, 대북관계와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신뢰’와 ‘연대’, ‘미래지향’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이날 경축사 후 정국의 반향에 이목이 쏠린다. 국회와 정치권은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싼 실질적 조치와 입장 정리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