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논의, 야당 태도에 숨 멎는 긴장”…국회 과방위, 처리 연기→여야 극한 대치 국면
회색 구름이 자욱하게 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소리가 긴장 뒤에 묻어난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명 ‘방송3법’의 심사가 또 한 번 보류됐다. 동트는 개혁과 저무는 기득권이 뒤섞이는 정치의 강물 위에서, 여야는 또 한 차례 미묘한 발걸음을 맞춰나갔다.
김현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마주하며 “오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 예정됐던 방송3법 논의가 야당 간사와 협의 끝에 순연됐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어 “추후 일정이 합의되는 대로 별도의 안내가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원의 수를 늘려, 더 다양한 시선이 반영될 공정성 강화 조항이 핵심 사안이다.

지난 정권에서 두 차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좌초된 전력이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해당 법안이 야권과 노동조합에 지나친 발언권을 부여함으로써, 공영방송의 가치를 흐릴 수 있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견지한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위임받지 않은 단체가 국민의 방송을 좌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협치를 통한 해법 마련만이 국민의 신뢰를 지킬 길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노종면 원내대변인 역시 오늘 논의 연기가 국민의힘의 소극적 태도에서 비롯됐음을 내비쳤다. 국회는 거대한 전환의 문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셈법을 안은 채 서 있다.
이번 처리 연기는 여야가 진정성 있는 대화로 다시 돌아설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정치 셈법에 묻혀 또 다른 평행선을 그릴지 전국의 이목이 집중된다. 국회는 향후 추가 논의 일정을 조율하며, 여론의 파고와 합의 도출의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