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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반출 놓고 충돌”…한미, 디지털 규제 관세 협상 분수령
IT/바이오

“지도 반출 놓고 충돌”…한미, 디지털 규제 관세 협상 분수령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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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지털 규제가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상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식 통보하면서, 한국에는 3주의 유예 협상 기한이 주어졌다. 특히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 등 디지털 무역 장벽을 문제 삼으며 정부간 교섭 테이블 전면에 올렸다. 양국 협상 결과가 오는 11일로 예정된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신청 결정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는 한미 관세-디지털 규제 교착 국면을 ‘디지털 시대 시장 질서 재편의 분수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세 협상 핵심 쟁점은 기존의 철강, 자동차 분야에 더해 플랫폼법, 망 사용료, 지도 등 디지털 규제가 새롭게 부상한 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이 글로벌 IT기업의 경쟁 환경을 악화시키는 대표적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 애플 등 해외 사업자는 지도 데이터 확보가 곧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로, 한국의 1대 5000 축척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국내 업계·학계는 국가 안보, 데이터 주권, 내수 생태계 보호 논리를 앞세워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구글 측은 “정밀한 길 찾기 서비스를 위해선 고해상도 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국내 지도 업체들은 “현재 허용된 1대 2만5000 축척으로도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기술적으로 한국의 지도 반출 규제는 국가 공간정보의 군사·보안 민감성을 이유로 한다. 현행법상 지리정보 데이터의 해외 반출은 국내 서버 접속 제한, 암호화 수준 확보, 외교적 신뢰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글은 역대 세 차례 지도 반출 신청에서 모두 반려된 바 있다. 이번에도 지도 반출 심사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주관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과 경제 협상 파트너로 중립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글로벌 IT·데이터 시장에서는 이미 지도 데이터 입수·활용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은 위치기반 데이터 등 디지털 무역 자유화를 대외 전략의 우선과제로 삼는다. 유럽연합(EU) 역시 위치·생체 등 민감정보의 국경간 이동에 까다로운 규제를 두되, 대형 IT사와의 협의체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이동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과, 효율적 이동을 강조하는 미국 간 규제 프레임 충돌도 거센 국면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 통상 규범과 국가 안보 사이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이 불가피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협상단에 “국익 최우선”을 주문했고, 정부 대표단 역시 한국 특수상황을 미국에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 산업 진입장벽’ 철폐를 지속 요구하며 양보 여지를 압박 중이다. 관세 협상 마감이 다가오면서 지도 반출 결론 역시 사실상 이번 협상 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지도 등 디지털 데이터를 둘러싼 통상 분쟁이 미중, 미EU에 이어 한미 협상판에서도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국내외 디지털 산업 질서와 데이터 주권, IT기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부 결정과 협상 결과가 실제 시장과 정책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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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세협상#구글지도반출#디지털무역장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