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푸른 차밭 물결과 온천욕”…보성, 맑아지는 오후에 만끽하는 여름
라이프

“푸른 차밭 물결과 온천욕”…보성, 맑아지는 오후에 만끽하는 여름

임서진 기자
입력

여행을 떠나는 기준이 달라졌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 고르듯, 자연이 주는 여유와 감각의 층위를 따라 걷는 이를 점점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보성의 흐린 여름 하늘 아래에서라면, 그 변화가 한결 또렷해진다.

 

요즘 SNS에는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에서 푸른 물결을 배경 삼은 사진이 자주 오르내린다. 한동한 비가 내리고, 아침 공기는 조금 무더웠지만, 흐린 하늘 덕에 햇빛은 억제되고 미세먼지마저 ‘좋음’인 날이 이어지자, 걷기와 자연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실제로 기자가 들른 낮 녹차밭 산책로에는 젊은 커플부터 중년의 가족까지,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거나 언덕 위에 앉아 대지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한 여행객이 “향만 맡아도 기분이 풀린다”고 고백할 만큼 깊은 녹차 내음도 인상적이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녹차밭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녹차밭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전남 지역 관광지 방문객이 작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발표와, ‘차 문화’에 대한 관심 확산이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실내보단 자연 속 공간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한국차박물관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자가 차의 역사와 효능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전통 다도 체험에 몰입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기는 공기가 달라요’, ‘다도 체험이 의외로 힐링’처럼, 휴식에 대한 기대와 만족이 공존한다.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도 빨간 햇살 아래 바닷가 온천욕을 즐기는 이들이 줄지었다. 녹차성분 온천수로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산책 대신 자전거를 타고 느긋하게 중도방죽 수변길을 달리는 이들, 깊은 숲속 대원사에서 조용한 명상과 숲소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행객 등 보성의 여유는 각자만의 리듬으로 해석된다.

 

이제 여행은 이색 풍경을 넘어선다. 맑아지는 오후 하늘과 맑은 공기, 계절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차밭과 온천, 오래된 사찰로 이어지는 경로. 보성에서의 하루는 대단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일상이 천천히 물들고, 마음의 방향이 조금씩 바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임서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보성#대한다원#한국차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