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숲에 기대고, 물에 젖는다”…장성 여름, 편백숲과 계곡에서의 온전한 쉼
라이프

“숲에 기대고, 물에 젖는다”…장성 여름, 편백숲과 계곡에서의 온전한 쉼

한지성 기자
입력

요즘 장성에서 피서지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바다나 워터파크가 여름 여행의 전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숲과 계곡, 서원을 잇는 조용한 여행이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됐다.

 

무더운 여름날, 축령산의 빽빽한 편백숲이 SNS에서 ‘여름 힐링 성지’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비 오는 오후에도 눅눅함 대신 은은한 나무향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산책,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체험이 장성을 찾는 여행자의 새로운 루틴이 됐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필암서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필암서원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장성의 산림형 관광지 방문객이 20% 가까이 늘었다. 축령산을 비롯해, 아이 동반 가족들은 비가 내려도 즐길 수 있는 홍길동 테마파크 실내 전시관을 자연스럽게 찾았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캐릭터 체험과 역사교육을 한자리에서 경험하며, 부모들 역시 부담 없이 일정을 계획하게 된다고 느꼈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본질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 있다”며, 자연과 역사, 체험이 어우러진 여행이 심신의 재충전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장성의 대표 사찰 백양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은, 절경과 함께 조선 선비정신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특히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 방문하면, 우중 풍경 속 고즈넉한 건축미가 마음에 잔잔한 휴식을 남긴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면 더 좋아요”, “숲길에선 아이들도 조용해진다”, “서원에서 잠시 머물러 생각하게 된다” 등 고즈넉함을 즐긴 이들이 장성 여행기를 공유했다. 한 여행자는 “특별한 액티비티가 없어도, 숲과 계곡, 오래된 서원의 분위기만으로 휴가 아쉬움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짧은 소나기 뒤 물이 불어난 남창계곡에서 발을 담그거나, 필암서원 앞 고샅길을 늦은 오후 천천히 걷다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여름 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기분의 무거움마저, 장성의 숲과 계곡에서는 조용히 풀린다.

 

장성의 피서지는 단지 무더위를 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선물이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 삶의 방향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한지성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장성#축령산편백숲#필암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