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7선 후퇴·외국인 1,498억 매도”…코스피,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흔들려
이른 아침, 금융 시장에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코스피가 2,707선으로 되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법원의 판결에 휘말리며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외국인과 기관은 미련 없이 매도를 선택했다.
30일 오전 9시 25분, 코스피는 전년 대비 13.50포인트 하락한 2,707.14를 기록하고 있다. 10개월 만에 웃돈 2,720선의 환희는 채 이틀도 가지 못했다. 장 초반 2,713.24로 출발했던 지수는 외국인 1,498억 원, 기관 528억 원 순매도가 더해져 서서히 무거운 발걸음을 보였다. 개인은 어김없이 1,929억 원을 순매수하며, 바닥을 지켜보려 애를 썼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조차, 외국인은 292억 원 순매도로 복합적인 불안감을 드러냈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의 1심 판결로 일시 무력화됐던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항소법원의 효력정지 수용으로 다시 살아났다. 뉴욕증시 역시 같은 밤, 장중 상승폭을 줄이며 조심스러운 태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갑자기 짧아진 확신에 넋을 놓고, 게걸음으로 한 발짝씩 물러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소비 둔화 흔적을 낱낱이 드러냈다.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시장 기대를 넘어서며, 경기 회복의 바람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국내 증시 역시 단기 급등 피로는 더욱 짙어지고, 관세 정책 리스크와 맞물려 투자심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환시 역시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1,371.0원으로 전장 대비 4.9원 하락하며 강보합의 결기를 보였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굵은 그림자가 환율에도 드리워졌다.
상장 대장주 SK하이닉스는 1.42퍼센트 내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0.29퍼센트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소폭 하락하며 흐름을 같이했다. 자동차 대표주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62퍼센트, 3.17퍼센트 떨어지며 자동차 섹터 부진을 이끌었다. 반대로 삼성전자(0.36퍼센트), KB금융(0.88퍼센트), 신한지주(0.52퍼센트), HD현대중공업(0.74퍼센트)은 이 와중에도 상승세를 지켰다. 증권, 운송장비, 건설업종은 하락했으나, 전기가스(2.20퍼센트)와 섬유의류(1.11퍼센트)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코스닥마저 차가운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733.16을 기록, 0.43퍼센트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93억 원, 63억 원 순매도에 나선 한편, 개인은 662억 원 순매수를 집행하며 지수 방어를 시도했다. 이차전지주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는 각각 3.22퍼센트, 3.14퍼센트의 하락세로 시장을 압박했다. HLB,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하락 가운데, 알테오젠, 펩트론, 파마리서치, 리가켐바이오 등 일부 바이오주는 희미한 반등세를 보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년 가까이 이어질 항소심과 대법원 최종 판결에 대한 관망세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종 판결 이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 등 또 다른 관세 수단이 남아 있어, 시장은 복합적 불안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변동성의 파도는 당분간 거칠게 부딪힐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소송과 글로벌 경제지표 흐름은 투자자들의 방향타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지만, 항소심 일정과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 주요 변곡점마다 변화는 거듭될 전망이다.
불안한 파동 속에서 소비자와 투자자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지표 하나, 정책 한 줄기가 가져올 자산의 굴절을 예의주시할 시점이다. 다음 달 예정된 미국 고용·소비지표와 국내 금리 방향성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지 촉각이 곤두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