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반의 바람을 타고”…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제천 여행 일상
요즘 제천행 열차에 몸을 싣는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소박한 산골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잊고 있던 여유를 찾는 이들의 성지가 됐다.
청풍호반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균열이 봉긋하게 메워지는 느낌. SNS에서도 “청풍호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옥순봉 출렁다리에서 마주한 강물 냄새, 한참을 머물렀다”와 같이 제천의 풍경을 공유하는 발길이 이어진다.

실제로 7월 셋째 주 제천의 기온은 21~29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그만큼 입추 전의 나른한 바람이 천천히 스며드는 계절, 연인, 가족, 혼행족 등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여행지로 제천이 재조명되고 있다.
제천의 대표 명소 의림지는 삼한 시대부터 이어져온 저수지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용추폭포의 물소리, 파크랜드의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여름의 정취를 담아낸다. 한국의 대표 저수지에서 역사의 숨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이색 체험도 특별하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위로 펼쳐진 청량한 풍경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천의 산세와 호숫가, 이 한 컷을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이들이 “모든 게 내려다보인다”며 행복을 표현한다. 곤돌라와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모노레일도 인기다.
역사의 겹을 고스란히 간직한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걷는 기분. 고즈넉한 전각 사이로 수몰 이전 마을의 잔상이 느껴진다. 수산면의 옥순봉 출렁다리는 청풍호와 옥순봉 절경을 가장 생생히 마주할 수 있는 곳. 흔들림이 들려주는 짜릿함과 자연의 위엄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긴다.
종교와 일상, 평온이 수렴하는 봉양읍 배론성지는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서양식과 한옥이 어우러진 독특함으로 사랑받는다. 방문자들은 “종교를 떠나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고백한다.
여행에서 미식이 빠질 수는 없다. 제천 중앙시장 골목 어귀마다 풍기는 튀김 냄새, 현지인의 손길이 머문 특산물들이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돼준다. 특히 빨간오뎅처럼 시장의 소울푸드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 전문가들은 “명소 몇 곳을 찍듯 도는 게 아니라, 걷고 머물고 맛보며 일상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바로 제천 여행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현지인 역시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아졌다”며 달라진 제천을 자랑스러워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한 곳”, “시장 골목에서 느끼는 온기가 떠오른다” 등 추억을 공유하거나, 자연이 주는 위로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그곳을 “마음의 재충전지”라 부른다.
여행은 멀리 떠나는 비상이라기보다, 가까이에 숨어 있던 평온을 발견하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풍경 한 조각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