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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국감 증인 최소화”…국토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증인 대거 철회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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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증인 선정 과정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정부와 여당의 ‘재계 증인 최소화’ 기조에 따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국정감사 출석을 대거 철회하면서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여객기 참사 진상 규명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와 국회 내 정치적 판단이 첨예하게 맞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허윤홍 GS건설 대표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김이배 대표는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허윤홍 대표는 건설 현장 중대재해에 대한 증언을 위해 각각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양사 대표는 국정감사장에 출석하지 않게 됐다.

이와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기존의 정경구 대표 대신 조태제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증인으로 변경됐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의 경우, 출석일이 당초 금일에서 29일 종합감사일로 옮겨졌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역시 실무진이 대신 증인석에 앉을 전망이다. 서희건설에서는 이봉관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김원철 대표는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재계 증인 출석 최소화’ 원칙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감에서 재계 증인을 최소화하고, 특히 오너·대표들에 대한 출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계와의 갈등을 줄이고, 실무 중심의 증인 채택이 더 효율적이라는 실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유가족들은 책임 소재가 명확한 최고 경영진의 출석 필요성을 지속해서 주장했다.

 

논란이 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2022년 3월 김건희 여사에게 ‘나토 목걸이’ 등을 선물하며 인사 청탁을 시도했다고 특검에 자진 진술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건강 문제를 사유로 국감 출석이 무산됐다.

 

한편 기존 증인·참고인 명단에 없던 김유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참사 당시 상황과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장에 참석하게 됐다.

 

이날 국회는 재계 인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향후 증인 채택 기준 및 감독책임 강화 등 제도 보완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가 및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본연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소환이라는 명분, 그리고 재계 부담을 조율하는 여야 정책적 선택 사이에서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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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위원회#김이배#국정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