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출동 후 힘들어했다”…실종 10일만에 숨진 소방관 발견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이후 우울증을 앓아온 소방대원 A씨(30대)가 실종 열흘 만에 경기도 시흥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한 심리 지원 체계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경찰에 따르면 8월 20일 낮 12시 30분경, 경기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인천 모 소방서 소속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양에 거주하던 A씨의 실종은 가족의 신고로 알려졌으며, 수색작업에는 경찰과 소방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구체적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 30분경 인천 남동구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간 뒤 차량을 갓길에 세운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A씨의 휴대전화는 요금소 인근 도로 밑에서 발견되면서 실종 수색 범위가 좁혀졌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으며, 경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직접 투입돼 사상자를 수습하는 등 참혹한 상황을 목격한 뒤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해당 사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한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고 토로하며 현장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등 현장 인력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례가 반복됐지만, 관련 심리 지원이나 제도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소방노조 관계자는 “참사 현장에 투입된 후 충분한 심리 치료 및 재충전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며 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지원 체계 미비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우울감 등 고민이 있는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24시간 전문 상담 SNS ‘마들랜’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