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산골 시장 골목”…정선의 여름, 느리게 걷는 힐링 여행
여름이면 정선의 골목은 유난히 더 아늑해진다. 흐린 하늘과 부드러운 빗줄기, 시장거리마다 번지는 따뜻한 인심에 이끌려 여행객들 발길이 이어진다. 예전엔 산골 마을의 낯설음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의 정선은 일부러 느린 시간을 찾아가는 힐링 여행지다.
요즘 SNS에선 정선아리랑시장 오일장 인증샷과 동강 전망대, 감성 카페 후기가 부쩍 늘었다. 한 여행객은 “장터를 누비다 든든한 곤드레밥을 먹고,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묘하게 편안해졌다”고 고백했다. 비 예보로 여행을 망설이던 사람들도 동굴 탐험이나 카페 투어 등 이색 코스를 발견하며 색다른 휴식을 누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날씨에서도 느껴진다. 7월 셋째 주 정선 군은 흐리고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고기온 28도, 최저기온 20도 안팎의 선선한 공기를 품고 있다. 강수량은 6.0mm, 습도 88%로 높은 편이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게 걷기 좋다”는 현장 반응이 이어진다.
정선 특유의 자연과 문화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오일장이 열리는 정선아리랑시장에서는 곤드레밥, 감자전 같은 강원도 음식을 맛보고 지역 특산물도 구경할 수 있다. 화암동굴에선 금맥을 찾아 들어가던 옛 갱도의 흔적과, 비밀스러운 종유석 세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동굴 안을 걷다 보면 무심코 시간을 잊기도 한다.
바람이 개이면 병방치 스카이워크가 인기다. 해발 583m 전망대 끝에 서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밤섬과 동강의 굽이치는 물길이 내려다보인다. 스릴을 더하고 싶다면 짚와이어, 짚라인도 도전할 만하다.
정선만의 ‘쉼’을 찾으려는 이들은 감성 카페에서 머문다. 고한읍의 아우로라 카페는 세상과 조금 떨어진 숲 한가운데서 느리는 시간이 흐른다. 남면의 ‘넌 커피’에서는 반려견과 한가롭게 머무는 손님이 많고, 로미지안 가든의 카페 아라미스에서는 수국과 마운틴뷰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전문가들은 “정선 여행의 본질은 일상에서의 탈주보다 자연과 현재에 집중하는 태도”라고 조언한다. 단출한 산책도 좋고, 조용한 카페 한켠에 앉은 시간조차 힐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가 오면 더 운치 있다”, “장터에서 먹던 감자전이 인생음식 됐다”, “동굴 속 고요함에서 오래된 자아를 만나는 기분”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정선에서 보낸 ‘느린 여름’은 계절이 주는 안온함과,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회복의 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 삶에도 작은 여유를 불러오는 쉼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