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에로스의 빈자리 서사”…숨겨진 결핍→독보적 사랑의 세계
가벼운 웃음기 너머 이찬혁의 깊은 내면이 서서히 펼쳐졌다. 새 정규앨범 ‘에로스’로 돌아온 이찬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기원을 타인의 빈자리, 바로 결핍에서 찾았다. 덧없이 사라진 소중한 이의 부재 앞에서 남겨진 이들이 마주하는 감정의 무게는, 이찬혁의 목소리를 따라 묵직하게 흘렀다.
이번 앨범 ‘에로스’는 타인의 떠남과 남겨진 자의 마음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던 첫 솔로 앨범 ‘에러’에 이어 더 깊은 질문을 내던졌다. 이찬혁의 노래는 상실이 남기는 공허함과, 그 공간을 견디는 인간적인 방법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다.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에서는 진실되고 이상적인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음악으로 던졌다. 담백한 노랫말, 리드미컬한 드럼, 펑키한 베이스가 어우러진 곡 위에 이찬혁 특유의 음색이 더해지면서, 각자가 느끼는 사랑의 본질과 상실의 의미를 곱씹도록 만들었다.
트랙마다 강렬한 개성이 유기적으로 녹아들었다. ‘시니 시니’의 디스토피아적 정서와 희망의 교차, ‘돌아버렸어’의 레트로 신스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실연의 균열, 과거와 현재 미디어 문화를 아우르는 ‘TV 쇼’와 ‘멸종위기사랑’의 세기말 감성. 뉴 잭 스윙의 밝은 기운이 스치는 ‘이브’, 은은한 서정의 ‘앤드류’, 몽환의 ‘꼬리’, 기계음이 공존하는 ‘빛나는 세상’까지, 음악적 장르의 스펙트럼이 거인의 내면을 따라 확장됐다.
특히 ‘에로스’는 이찬혁이 전곡의 작사와 작곡을 책임져, 한 편의 자전적 서사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빚어졌다. 프로듀서 밀레니엄, 시황이 힘을 더해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동시대 젊은 감수성과 세대의 공기를 함께 담아낸 점도 돋보였다. 이에 따라 이찬혁의 음악 세계는 더욱 넓고 깊어졌다는 평가다.
이찬혁이 속한 악뮤는 오는 8월 8일 시작해 24일까지 명화라이브홀에서 ‘스탠딩 콘서트 악동들’을 개최하며 총 9회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각 회차별로 달라지는 세트리스트까지 예고돼, 또 다른 음악적 경험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