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본격화”…올트먼 경고에 글로벌 기술주 흔들
AI 거품 논쟁이 IT·바이오 산업 전반의 투자 패턴을 뒤흔들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최근 미 언론에 “AI 투자가 과도하게 활황을 띠고 있다”며 시장 과열을 지적한 발언이 글로벌 증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챗GPT로 상징되는 AI 열풍이 초래한 과잉 투자 흐름이 실체 경제를 넘어 주식시장까지 뒤흔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기술주 재평가’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AI 혁신을 둘러싼 산업적 전환기라는 점을 짚고 있다.
샘 올트먼 CEO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크게 요동쳤고,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서도 AI 관련주 중심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확산됐다. 특히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는 최근 PER(주가수익비율) 600배, P/S(주가매출비율) 120배를 기록하며 거품 논란의 대표 사례가 됐다. 지난 한 달여간 시가총액은 730억 달러(약 102조 원) 이상 증발했다. MIT 산하 연구진조차 “AI 파일럿 가운데 상위 5%만 가치를 창출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차익 실현’ 신호가 커지고 있다.

AI 거품론은 2000년대 초반 IT업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과 비교된다. 당시는 실체 없는 인터넷 기업에 밸류에이션이 너도나도 쏠리며, 시장 붕괴로 나스닥 지수가 2년 새 78% 하락했다. 이번 AI 사이클에서도 일부 AI 테마주의 밸류에이션이 실적 수준과 괴리된 점이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매출·이익 증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야 겨우 현 주가가 정당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거품 속에서도 혁신 기업이 부상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닷컴 버블 이후 살아남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현재의 ‘M7(매그니피센트 7)’을 형성했듯, 엔비디아·오픈AI처럼 실질적 인프라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기업은 도태 대신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이번 AI 투자 역시 빅테크와 국가의 자체 자금 수혈, 전략적 투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자금 기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트먼 CEO 역시 AI 거품론을 언급하면서도 “결국 혁신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픈AI는 최근 월간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처음 돌파했다고 밝혔고, 연매출은 지난해 37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오픈AI 사라 프라이어 CF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거품 현상은 있으나 AI 투자는 아직 시작 단계”라며 GPU 등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분석가들도 최근 AI 산업 투자가 혁신과 거품이 공존하는 ‘전환점’임을 인정한다. 웨드부시증권 댄 아이브스 총괄은 “일부 과열 징후가 보이지만 AI 혁명의 시계는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산업 전체가 효용 위주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계는 AI 기술과 자금, 거버넌스 구조가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혁신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시장의 선별 작용과 제도적 뒷받침이 AI 산업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