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미라클 베이비의 그림자”…정 씨, 기부 천사의 몰락→충격의 의혹 소용돌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미소 짓던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던진 질문 앞에 낯선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해지던 필리핀 빈민가 아동의 삶과 지원, 그리고 정 씨의 밝은 웃음까지 어느새 하나의 ‘기부 천사’ 이미지를 완성한 무대였다. 그러나 선함의 이면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잔인한 진실이 가라앉아 있었다.
2023년부터 어린이를 지원한다며 활동해 온 정 씨는 공부방을 마련하고, 생활비와 학비를 전하며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해왔다. 그는 선의를 실천하는 투명한 후원자로 알려졌지만, 2024년 6월 갑작스레 전해진 한 소녀와의 ‘출산’ 소식이 모든 신뢰를 무너뜨렸다. 14세 소녀의 아이 아빠가 쉰다섯 정 씨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어진 필리핀 경찰의 체포 소식이 뒤따르면서, 단순한 후원에 불과하던 채널이 미성년 아동 성폭력 의혹의 중심에 섰다.

정 씨는 아동이 피해자가 아니라며 필리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내비쳤다. 그는 아이를 ‘미라클 베이비’라 칭하며 기적을 이야기했지만, 차가운 의혹은 채널 속 일상 곳곳에서 고스란히 포착됐다. 방송은 선정적인 춤과 용돈을 중심으로 얽힌 이면의 관계, 어린 소녀들이 어색하게 내뱉는 인사말, 댓글 속 성희롱적 언사까지 통렬하게 담아냈다. 이 모든 순간이 ‘감동의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았다.
무엇보다 정 씨뿐 아니라, 필리핀 아동 후원 채널에 장기간 몸담은 또 다른 50대 남성의 행적이 함께 조명돼 충격을 더했다. 그는 13세 아동을 실제로 만나 금전적 지원과 결혼을 약속했고, 주변에서는 ‘목적은 오로지 아이’였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인터넷 방송을 경계 없는 무대로 삼아 노출되는 어린이의 일상,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흘러가는 화폐와 감정, 가상의 박수가 뒤섞인 풍경에 시청자의 역할도 되물음 받았다.
선의와 범죄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후원의 의미와 세상의 무관심까지 화두로 삼는다. 누구든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접근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 위엔, 여전히 법과 도덕이 이물질처럼 밀려나 있다. 깨진 신뢰와 깊어진 상처의 파편 너머, 사회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이 냉정하게 드러났다.
아동 인권의 존엄성을 되짚으며, 시청자 스스로가 또 하나의 방관자였음을 돌아볼 것인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8월 16일 토요일 밤 11시 10분, 이 묵직한 사회적 질문을 조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