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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만들고 활쏘기 체험”…고대 마한과 함께하는 익산의 가을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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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통을 직접 보고 만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박물관 유리창 너머 먼 이야기 같던 것이, 지금은 내 손끝에서 깨어나는 살아있는 문화가 됐다.

 

익산서동공원에 이른 아침 햇살이 비칠 때, 마한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옛 사람처럼 능선을 따라 걸어간다.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솟대를 깎는 시간, 손으로 옥가락지와 나무 손잡이 식사도구를 빚는 체험마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오래된 역사 속 한 장면이 된다. SNS에는 솟대 만들기나 소도탈환작전 RPG에 참여한 가족들의 인증샷이 퍼진다. 한쪽에서 피어오르는 부뚜막 연기와 절구방아 소리는, 바쁜 도시의 일상과는 사뭇 다른 정서로 다가온다.

마한의 옷부터 소도탈환작전까지…‘익산마한문화대전’ 전북 익산서 열린다
마한의 옷부터 소도탈환작전까지…‘익산마한문화대전’ 전북 익산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체험 참가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행사를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 비율 역시 해마다 증가추세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이 “직접 만드는 경험에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교육자와 축제 관계자들은 “마한의 본질은 단순한 유물이나 유적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이어가는 일상 습관과 공동체 정신에 있다”고 표현한다. 아이들과 함께 전통 활쏘기를 체험한 한 부모는 “아이도 나도 어느새 마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며, “손끝에 남은 감촉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느꼈다. 역사 강사 최태성의 렉처콘서트나 마한합창대회, 마한댄스공연에도 현장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요즘 애들 역사에 관심 없다더니, 이런 축제는 꼭 데리고 가야겠다”, “지역 정체성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니, 익산이 부럽다”, “‘소도탈환작전’ 같은 체험형 전시는 아이들도, 어른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마한문화대전은 단순한 전통 축제를 넘어, 가족 모두가 역사와 민속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고 새로이 써내려가는 장이 되고 있다. 선조의 사진과 유물을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 ‘우리’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기분이 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가을 익산서동공원에서 잠시 멈춰 서 전통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익산마한문화대전이 남기는 울림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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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마한문화대전#마한#익산서동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