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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위약금 면제”…번호이동 90만건 돌파, 통신시장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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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위약금 면제”…번호이동 90만건 돌파, 통신시장 격변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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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통신 시장에 대규모 변동이 일었다. 지난달 SK텔레콤이 번호이동(운영사 변경) 가입자 귀책 사유로 위약금 면제를 확정한 가운데, 9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통신사를 옮겼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로, 사이버 보안 사고와 기업의 가입자 보전 전략이 시장 구조까지 뒤흔들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방침이 유무선 통신시장의 경쟁구도 변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번호이동은 92만5672건에 달하며, 이는 전월 대비 38.9% 늘어난 기록이다. 지난 5월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 당시 93만3509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정부로부터 귀책 사유를 공식 통보받았다. 이용 약관에 따라 ‘회사 귀책’ 시 위약금 면제 조건을 충족, 7월 14일까지 계약을 해지한 가입자에게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그 결과 34만명이 이탈했음에도 순감 규모는 9만1267명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SK텔레콤이 방어를 위해 공격적으로 신규 가입자를 늘린 데 따른 것이다. 7월에만 24만4250명이 SK텔레콤으로 유입, 전월의 9만7565명 대비 2.6배에 달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만1404명, 3만6005명 순증했지만 전월 대비 16.1%, 34.4% 감소했다. 알뜰폰 시장 역시 1만3858명 순증하며 하락 곡선을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 이탈 이용자가 경쟁 3사보다 알뜰폰으로 유입되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최근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사건 발생 시, 기업 귀책이 인정될 경우 위약금 면제 등의 소비자 보호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정보보안 강화와 함께 가입자 신뢰 확보 차원의 정책이 강화되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통신사 책임 인정 및 후속 보상 정책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와 방어 전략은 5G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등 미래 통신 분야 투자와도 맞물리는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사 해킹사고 이후 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통신망 보안·경쟁 정책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변화된 법제도와 시장 상황에서 실제 경쟁 구도가 재편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소비자 권리, 기업 책임 범위의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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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위약금면제#번호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