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 종료 D-데이”…SK텔레콤, 13만명 이탈 충격에 통신시장 요동
SK텔레콤의 대규모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가 14일 밤 종료된다. 지난 5일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공식화한 이후 단일 기간 중 약 13만명 이상이 이탈하며, 통신 3사 간의 가입자 경쟁이 폭발적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서 쏟아져 나온 이탈 수요를 흡수하는 데 사활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일선 유통 현장에서는 100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책정되며 ‘공짜폰’ 경쟁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오늘 하루가 SK텔레콤 가입자 방어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이번 위약금 면제 이슈는 한동안 잠잠했던 번호이동 시장의 ‘구도 전환점’이자 앞서 예고된 단통법 폐지, 플래그십 단말기 출시와 맞물리며 이통 시장의 지형을 바꿀 대형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의 촉발점은 SK텔레콤의 4월 대규모 사이버 침해 사고다. 4월 19일 이후 SK텔레콤은 약정 고객이 번호이동을 할 때 부과하는 위약금 징수를 14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실제로 5일부터 12일까지 SK텔레콤에서는 13만명 이상이 빠져나갔고, 순감 규모도 6만명을 웃돈다.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고객을 반영하더라도 이탈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오늘 최종 통계가 더해지면 14만명에 이르는 이탈, 이번 사태 전체로 확장하면 80만명 이상이 SK텔레콤을 떠난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구조상 이동통신 가입 전환(번호이동)은 개인 인증, 단말기 약정, 요금제 변경 등 복합적 프로세스를 포함하며, 평시에는 가입자 이동이 일 평균 수천명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위약금 면제 조치는 약정 해지를 망설이던 대규모 대기수요를 급속히 배출하는 ‘트리거 역할’을 했다. 특히 지원금, 약정 기간 제한 등 단통법 규제 하에 묶여 있던 유통시장에 단기적으로 ‘탈출 경쟁’이 몰아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 기회를 노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갤럭시 S25, 아이폰16 등 최신 폰을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며,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 합산, 현금 지급까지 결합해 100만원대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부 대리점이 규제 한도 넘는 이른바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주요 유통 현장에서는 10만원대 요금제 약정시 115만5000원인 갤럭시 S25 기본형을 무상 지급하고 추가 현금까지 얹어주며, 아이폰16 판매가에도 87만원 규모의 리베이트가 책정됐다.
SK텔레콤도 전 고객 대상 요금 50% 할인, 월 50GB 추가 데이터, 멤버십 할인 혜택 등 총력 방어에 나섰다. 또한, 이탈 후 재가입 고객에 대한 기존 연수·등급 복구 방침을 밝혀 ‘복귀 수요’ 마케팅에도 힘을 싣고 있다. 15일부터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플립7 사전 예약, 22일 단말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25일 공식 출시 등 시장 변수들이 연달아 대기 중이어서 고객 쟁탈 대전은 앞으로가 더 본격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통신시장에서는 이용자 이탈 및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 억제를 위한 규제 장치가 이미 보편화됐다. 한국 역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등 정책적 장치로 차별 보조금 방지, 시장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휴일·특수 기간에 불거지는 ‘암시장 현상’은 여전히 숙제로 지적된다. 이번 SK텔레콤 이탈 사태는 미래 통신시장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유통 합리화, 약정 위약금 제도의 현실화 등 다층적 제도 보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통신사는 시장 점유율 수성, 유통질서 재정립,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3가지 과제에 직면했다”며 “단통법 폐지와 플래그십 단말기 출시가 맞물리며 기존 시장 규칙이 송두리째 바뀌는 분기점이 된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이탈 쇼크와 경쟁 격화가 향후 통신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꿀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