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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분석으로 유방암 예후 예측”…고려대, 비침습 진단 새 지평 열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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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기반 인공지능 분석 기술이 유방암 예후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서보경 교수가 개발한 AI 기반 방사선체학 예측 모델이 병리 검사 없이도 유방암의 예후인자와 분자 아형을 평가하는 데 실효성을 입증해, 글로벌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 데이터만으로 암 환자 맞춤형 진단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방암 진단 환경 변화를 이끌 ‘비침습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서보경 교수가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열린 2025 유럽유방영상의학회(EUSOBI) 연례 학술대회에서, 유럽 영상의학회지(European Radiology)에 게재한 논문으로 최다 인용 논문상(EUSOBI Award)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2022년 출판된 논문 중 피인용 횟수 1위를 기록하며, 유방 영상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학술적 영향력을 증명했다. 주목받은 논문의 주제는 MRI 영상에 기반한 인공지능 분석 기술로, 종양의 이질성과 혈관 신생 특성을 정량화해 유방암 예후 바이오마커 및 분자 아형을 예측하는 방사선체학 기계학습 접근법이다.

이 기술은 기존 대비 뛰어난 진단 효율성을 보였다. 환자 29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 설계로, 기존 소규모·후향적 분석의 한계를 극복했다. MRI 영상에서 추출된 종양 이질성 및 혈관신생 패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조직 검사에 의존했던 예후 인자(병리학적 특성)와 분자 아형(암 세부 유형)을 비침습적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유방암 아형의 구분과 예후 예측은 항상 조직 채취와 병리 분석이 필수였지만, 이번 모델은 단일 MRI 촬영만으로 진단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 학문적·임상적 의미가 크다.

 

이 같은 AI 방사선체학 기술은 병원 내 임상 진료 및 환자 맞춤형 치료 설계에 활용이 기대된다. 영상 기반 진단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조직 손상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진료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여지를 갖는다. 국내에서도 MRI 기반 인공지능 활용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임상 데이터로 유효성이 입증된 사례는 드물다. 해외 주요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잡히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유럽 암연구네트워크 등은 AI 활용 영상해석 시스템의 실제 임상 적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연구 및 임상 적용을 둘러싼 윤리·규제 측면에서도 논의가 본격화된다. 국내외 식약처 및 보건 당국은 AI 기반 의료기기, 특히 진단 소프트웨어의 임상 유효성, 데이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심사 기준을 지속 강화하는 추세다. 영상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와 환자 동의 절차 등도 중요한 이슈다.

 

서보경 교수는 “영상 데이터만으로 유방암 예후 인자와 유전자형을 손쉽게 예측하는 비침습 키트 개발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안산병원은 MRI 기반 인공지능 분석, 방사선유전체학, 친환경 MRI 기법 등 첨단 영상 융합 연구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 등 대규모 바이오-임상 정보 구축도 추진 중이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 안착하고, 암 진단·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기초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환자 안전, 데이터 보호 등 제도적 균형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확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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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안산병원#서보경교수#유럽영상의학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