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 절규, 밀실의 그림자”…꼬꼬무 죽음의 단서→따스함 마지막에 남다
사람 사이에 흐르는 온기가 하나의 작은 단서 앞에서 냉기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대한민국 사회를 얼어붙게 한 거여동 밀실 살인사건을 다뤘다. 박효주, 엔플라잉 이승협, 그리고 홍화연이 리스너로 함께한 시간은, 누군가의 평범한 집 안에 갑작스럽게 틈입한 인간성의 경계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2003년 겨울, 서울의 조용한 아파트에서 두 아이와 엄마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는 그날. 외부 침입 흔적 하나 없이 밀실이 된 공간, 세 살배기 아들과 생후 10개월 딸까지 남겨진 진실 앞에 경찰은 극단적 선택의 그림자를 그렸으나, 엄마 장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종잇조각이 수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이 작은 단서가 곧 거대한 퍼즐의 시작이었다.

형사과장 이문국이 추적한 것은 죽음조차 놓지 못한 모성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박효주는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라며 숨을 죽였고, 이승협은 “진짜 악마다”라며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내레이션은, 그날 아이들에게 ‘이모’였던 동창 한 씨의 차가운 고백을 비춘다. “제가 죽였어요. 그런데요?”라는 말, 그 무덤덤한 태도가 화면을 가로질러 몰입을 이끌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덮은 페트병 조각, 증거를 숨기고자 하는 세밀한 준비, 침대 밑에 감춰진 범행 계획서까지. 범인의 준비성과 이면, 자격지심과 일그러진 감정의 폭발, 그리고 나르시시즘의 끝이 밝혀질 때마다 홍화연의 “얼마나 두려웠겠나”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거여동의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 지옥으로 돌변한 이유,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어둡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 방송은 집요하게 묻는다.
법정에서 내려진 무기징역, 그리고 엄마가 마지막까지 아이를 붙잡으려 했던 손끝의 멍 자국. 이문국 형사는 “엄마의 모성을 악용한 범죄”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박효주 역시 영화적 상상조차 따라올 수 없는 참혹한 현실에 말을 잇지 못했고,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온라인에서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 “엄마의 손길이 너무 아프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나르시시즘이 부른 비극, 이웃의 평온함 속에 숨은 위험,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한 점의 따뜻함은 긴 여운을 남겼다. 홍화연은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익숙함과 친근함 뒤에 도사린 깊은 어둠을 보여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시청자를 찾아가며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밝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