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용 전지 품질조작 드러나”…에스코넥·아리셀 전 직원 13명 1심서 줄줄이 집행유예
군납용 전지 품질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법원이 에스코넥과 아리셀 전 직원 13명에게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방위사업청 등 국방 관련 기관의 신뢰를 흔든 대형 범죄임에도,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이 경영진 지시에 따른 점이 참작됐으나, 납품 제품 하자 등 실질 피해 회복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는 2025년 10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에스코넥 전 직원 5명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까지 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전 직원 8명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보증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담당자가 설정한 시료가 아닌 대체 시료를 사용하거나, 국방 규격에서 정한 시험조건이 아닌 다른 조건을 적용해 도출된 데이터를 제출했다”며 “이로써 방위사업청으로부터 75억 원을 편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리셀 측이 방위사업청의 손해배상청구액 51억 원 중 35억 원을 지급해 약 70% 피해가 회복됐으나, 2024년까지도 전지 하자 피해와 사용자 불만이 지속 접수됐다”며 “실제 사용상의 피해는 상당히 회복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사건의 쟁점이 된 부분은 직원들의 주체적 범죄 동기였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경영진의 강압적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으며, 근무에 따른 보수 이외의 경제적 이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 직원들은 “사업 중단을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사정을 호소하며 법원에 선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경영지시와 경제적 이득 등 사정을 양형 판단의 정상참작 사유로 받아들였다.
문제가 된 품질조작 행위는 에스코넥 직원들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아리셀 직원들이 2021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군에 전지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공식 시험데이터 대신 임의로 조작된 자료가 국방 납품 검증 절차에 활용된 사실이 밝혀지며 국방 관련 기관의 관리 책임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에스코넥·아리셀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 역시 병행됐다. 에스코넥 및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외 여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역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정치권과 국방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납용 부품의 품질검사 절차, 납품 관리 강화 대책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설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관련 법률 정비와 책임 소재 명확화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