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침체, 창업 열기 식었다”…한국, 성장동력 부재 우려
AI 기술의 글로벌 버블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AI 창업 생태계는 정반대의 위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AI 스타트업 투자 및 지원 활성화 간담회'에서는 창업 의지 저하와 투자 부진이 지적됐으며, 업계에서는 "버블조차 없어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토로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AI 기술과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성장 동력이 형성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투자가 가라앉으며 초기 창업자들의 도전 의지가 급속히 식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한국 AI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에 따르면 매년 3000여 개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기업은 40~50개에 그친다. 신진오 대표는 "낮은 성공 확률이라도 도전 자체가 활발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살아난다"며,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개인 투자 참여가 쉽지 않고 세제 유인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업계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동우 퀀텀벤처스코리아 전무는 "1990년대 IT 버블 시절처럼 과열 속에서 오히려 네이버, 다음 등 혁신 기업이 등장했다"며 "버블이 성장의 필수적 부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평가 기준의 경직성과 투자 회수 리스크도 구조적 문제로 제기된다. 국내 AI 스타트업은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 하락 우려 탓에 장기 연구개발보다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 해외처럼 유저 리텐션, 고객 획득 비용 등 실질적 지표가 아닌, 기존 제조업 중심 평가모델을 적용받아 창업 생태계가 경직된다는 지적이다. 황태일 글로랑 대표도 "신규 산업 특성에 맞는 평가지표와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등 유망 AI 기업이 시리즈 B와 시리즈 C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나, 전체 시장에서 혁신기업 배출을 견인할 만한 충분한 규모는 아니라는 평가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투자 생태계 선순환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스타트업에 밸류에이션이 실제 수익을 뛰어넘는 버블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한국은 투입되는 자금 자체가 부족해 '버블' 논쟁조차 성립하지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리스크라는 이유로 외면받는다면 국내 산업은 세계와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늘어난 투자 유입과 평가 체계 다각화, 기업 상장 후 투자자 보호 등의 종합적 정책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AI 창업 및 혁신 생태계 회복의 시작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기술과 투자, 정책의 삼각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제2의 네이버, 카카오 탄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