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여름 바다 한상”…최수종, 민어·농어·갯장어→지친 계절에 활력 전한 감동
기운을 빼앗는 여름, 그러나 최수종과 함께한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오히려 계절을 살아내는 따뜻한 밥상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민어, 농어, 갯장어 같은 여름 생선은 뜨겁고 습한 바람 속에서도 선조들의 지혜와 함께 건강을 나누는 음식으로 자리했다. 매서운 파도와 바람, 바닷가 마을의 굳은살 박힌 손끝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삶의 파도가 녹아들었다.
민어 철을 맞이한 하의도의 바다는 이만숙 어부와 가족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성실한 시간의 물결로 가득했다. 12년 넘게 바다에 배를 띄운 이만숙 어부의 손과, 누나 이유덕, 장정순 부녀회장의 따스한 마음은 민어뱃살과 전, 탕을 한 상에 올렸다. 한 숟갈 떠 주고받는 민어탕에서 가족과 이웃의 끈끈함과 신도의 여름이 깊어졌다.

인천 강화도 초지항에서는 반세기 넘게 동고동락한 황보연, 황수연 형제가 힘차게 농어를 올렸다. 포획에서 손질, 식탁에 이르기까지 세월이 담긴 농어회, 숙회, 쓸개의 쌉쌀한 맛, 인삼 넣은 농어탕과 소금에 절인 농어구이, 각별한 정성이 흐르는 밥상이 완성됐다. 사랑과 신뢰로 버무린 가족의 시간은 농어 한 점 한 점 위에 진하게 쌓였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조선 연회의 풍요로움을 재현하는 상차림이 펼쳐졌다. ‘별잡탕’과 어채, 삼합초까지, 정조가 혜경궁 홍씨 회갑상에 올렸던 생선과 해산물은 과거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었다. 여름철 쉽게 상하는 생선을 데치고 식혀 먹던 방식, 해삼·전복·홍합으로 완성한 삼합초의 깊은 맛이 면역력과 건강을 북돋웠다.
고성 삼산면의 바닷가에서 이재득 선장은 평생 갯장어와 겨뤄온 거친 손길로 또 다른 밥상을 열었다. 뼈를 잘게 썰어 신선한 풍미를 살린 갯장어회와, 오래 끓여낸 곰국, 샤부샤부, 구이까지 가족의 정성과 웃음이 한상에 가득했다. 네 식구의 식탁에는 땀과 바람, 수고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나, 여름을 견디는 이들의 의지가 깊이 새겨졌다.
지역마다 풍경은 달랐으나, 바다와 사람, 식재료와 밥상이 이어주는 온기만큼은 닮아 있었다. 최수종이 담아낸 ‘한국인의 밥상’은 여름 바다를 건너온 새로운 힘과 치유, 그리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지혜를 조명했다. 민어에서 농어, 갯장어까지, 지친 계절을 딛게 해 주는 밥상의 순간은 오는 7월 17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시청자와 한층 더 가까이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