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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의 울림”…박혜정, 쉬원쉰 제압→동아시아역도선수권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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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의 울림”…박혜정, 쉬원쉰 제압→동아시아역도선수권 정상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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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가르던 순간, 박혜정의 손끝이 들어 올린 역도의 무게는 경기장 전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 치 양보 없는 승부 속 마지막 인상과 용상이 성공하자 관중의 숨죽임은 환호로 터졌고, 박혜정의 표정에는 오랜 준비와 인내의 진한 흔적이 아로새겨졌다. 이 한 번의 들기, 단순한 메달 이상의 대한민국 역도의 자존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박혜정은 1일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제2회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86㎏ 이상) 결승에서 인상 127㎏, 용상 154㎏, 합계 281㎏을 들어 올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2006년생 쉬원쉰(중국·279㎏)과의 접전 끝에 인상, 용상 모두 1㎏씩 앞서며 2㎏ 차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경쟁을 펼쳤던 리옌(중국)이 이번엔 불참했지만, 박혜정은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다운 침착함으로 한국 역도 최중량급 위상을 드높였다.

“281㎏ 번쩍”…박혜정, 동아시아역도선수권 최중량급 우승 / 연합뉴스
“281㎏ 번쩍”…박혜정, 동아시아역도선수권 최중량급 우승 / 연합뉴스

한국의 기세는 여자 경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86㎏급 이지연(광주광역시청)이 인상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용상의 마지막 시도에서 124㎏을 성공하며 합계 222㎏으로 몽골의 바트바야르 엔크진(합계 220㎏)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뒤집기의 힘이 빛난 순간, 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이 이어졌다.

 

남자부에서도 반가운 승전보가 잇따랐다. 남자 110㎏급 장연학(아산시청)은 인상 170㎏, 용상 200㎏, 합계 370㎏으로 일본의 안도 슈쓰이를 무려 46㎏ 차로 크게 따돌렸다. 남자 94㎏급 이창호는 인상 154㎏, 용상 192㎏, 합계 346㎏으로 팀 동료 김승환(합계 339㎏)과 막판까지 접전 끝에 정상에 섰다.

 

박형오(고양시청)는 남자 88㎏급에서 합계 344㎏으로 선전했으나 뤼위(중국·합계 356㎏)에게 아쉽게 2위를 허락했다. 그럼에도 한국 역도 대표팀은 여러 체급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동아시아 역도 강국의 저력을 재확인했다. 국제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한 선수들의 기록은 국내 체육계에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선수촌에선 다음 일정과 더욱 치열해질 경쟁 준비가 벌써 시작되고 있다. 동아시아역도선수권의 주요 일정이 이어질 가운데, 금빛 행진을 이끈 박혜정과 이지연, 그리고 대표팀의 끈기는 한국 역도가 그려갈 새로운 서사의 출발선이 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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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동아시아역도선수권#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