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자격 완전 회복”…러시아, IPC 투표 압도→밀라노 패럴림픽 정상 출전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회의장. 회원국 대표들이 짙은 눈빛으로 투표 단말기를 응시하던 그 순간, 러시아 팻말 위로 한숨과 박수가 동시에 번졌다. 오랜 논의와 기다림 끝에 내려진 결정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패럴림픽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는 27일,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회원 자격 완전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서울에서 개최된 2025 IPC 정기총회 현장에서 실시된 투표 결과, 러시아는 177표 중 찬성 111표, 반대 55표, 기권 11표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겼다. 벨라루스 역시 이어진 표결에서 복권에 성공했다. 이로써 두 국가는 2026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 자국의 국기와 국가를 들고 참가할 길이 열렸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로부터 국제대회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23년 9월 바레인 총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일정 조건 하에 ‘개인중립선수(Individual Neutral Athletes·AIN)’로 제한적 출전이 허용됐으나, 이때는 국가명과 국기, 국가 사용이 모두 금지됐다.
서울에서 이번에 내려진 결정은 예정보다 하루가 연기됐을 만큼 냉각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협회 측은 2014 소치 동계 패럴림픽 이후 12년 만의 정상 출전이라며 의미를 각별히 강조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18 평창,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도핑 스캔들 징계 문제로 중립 신분이나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 명의로 출전해야만 했다.
이제 패럴림픽 무대는 두 국가 선수단의 완전한 복귀와 함께 구도를 다시 짠다. 올해 복권 결정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앞으로 모든 장애인 국제스포츠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올림픽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가 이어지고 있어 ‘개인중립선수단’ 자격으로만 등판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이번 서울 IPC 총회 결정이 향후 국제 스포츠 외교, 경기력, 메달 분포까지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참가를 위한 전력 정비와 선수단 구성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긴 징계의 그림자를 거둔 선수들의 표정에는 해방감과 결의가 섞여 있었다. 세계 장애인스포츠의 흐름이 또 한 번 전환점에 선 지금, IPC 서울 총회에서 기록된 결정은 2026년 3월, 밀라노의 밤하늘 아래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