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 이글 잔혹사 탈출”…그레이스 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LPGA 두 번째 메이저 쾌거
하얗게 뒤덮인 긴장 속 18번 홀, 한 치 앞 도 모를 승부의 현장은 마지막 이글 퍼트 하나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그레이스 김이 내딛은 한 걸음, 깊은 숨 고르기와 끝끝내 흔들리지 않은 손끝에서 역사적인 이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에비앙 리조트의 잔디 위에는 팬과 선수의 감정이 교차하며, 단순한 우승을 넘어 또 다른 희망의 문이 열렸다.
프랑스 에비앙레뱅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13일 마무리된 2024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그레이스 김은 이글 2개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거둔 그레이스 김은 태국의 지노 티띠꾼과 연장 승부에 돌입해, 2차 연장에서 극적인 3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시즌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그레이스 김의 이날 행보에는 기적에 가까운 순간이 연이어 펼쳐졌다. 17번 홀까지 2타 차 공동 3위에 머물렀으나,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날카로운 두 번째 샷으로 홀 옆에 공을 붙인 뒤 바로 이글을 완성해 연장 승부의 불씨를 살렸다. 티띠꾼은 결정적 순간 2m도 채 안 되는 버디 퍼트를 놓치며 우승 문턱에서 흔들렸다.
연장 1차전 역시 극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오른쪽 페널티 구역에 떨어진 그레이스 김의 공은 1벌타 상황 속에서 러프에서 네 번째 샷으로 버디를 만들어냈고, 티띠꾼 역시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다. 결국 두 번째 연장, 그레이스 김은 침착함과 대담함으로 3m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대회장을 환호로 물들였다.
우승에 실패한 지노 티띠꾼은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와 세계 랭킹 1위 등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반면, 그레이스 김은 지난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하며, 상금 120만달러(약 16억5천만원)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아마추어 세계 1위 로티 워드와 이민지는 나란히 13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했고, 워드는 25위 이내 성적으로 LPGA 회원 자격을 확보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최혜진과 이소미가 8언더파로 공동 14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이소미는 전날까지 선두권 싸움을 이어갔으나, 최종 라운드 후반 더블보기와 보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이번 대회까지 2024 시즌 LPGA 투어 18개 대회에서는 단 한 번도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투어 창설 이래 최장 기록으로 남게 됐다.
누군가의 꿈이 고요히 녹아든 그린 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과 눈빛이 묵직하게 새겨졌다. 그레이스 김의 이글과 함께 울려 퍼진 환호는 오랜 기다림과 도전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 순간이었다. 에비앙의 여운 깊은 무대는 2025년 여름에도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