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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4차전 운명 갈랐다”…성유진, 하이트진로 정상→첫 메이저 우승 시나리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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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 마지막 홀, 어둠을 밝힌 조명 아래 모든 시선이 2m 버디 퍼트를 앞둔 성유진에게 쏠렸다. 부상과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의 아쉬움을 이겨낸 뒤 다시 선 국내 무대. 성유진은 네 번째 연장전에서 숨을 죽인 채 공을 굴렸고, 그 순간 승부는 극적으로 갈렸다. 환호와 탄성, 그리고 안도감이 어우러진 그린 위에서 성유진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첫 메이저 우승의 감동을 안았다.

 

성유진은 2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노승희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했다. 두 선수는 최종 라운드를 10언더파 278타로 마쳤다. 승부는 18번 홀 연장전이 네 차례나 이어질 만큼 치열했다. 성유진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70타, 노승희는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를 기록했다.

“네 번째 연장 버디”…성유진, 하이트진로 메이저 우승으로 부활 / 연합뉴스
“네 번째 연장 버디”…성유진, 하이트진로 메이저 우승으로 부활 / 연합뉴스

특히 폭우로 경기가 2시간 지연되면서 연장전은 2016년 팬텀 클래식 이후 9년 만에 조명이 켜진 채 치러졌다. 세 번의 연장에서 승패를 가르지 못하다 마지막 네 번째 연장에서 성유진이 2m 버디 퍼트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노승희의 7m 버디 시도가 빗나가자 승부가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성유진은 2023년 11월 에쓰오일 챔피언 우승 이후 자신의 통산 4승, 데뷔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2024년 국내 무대에 복귀한 성유진의 행보는 계속 주목을 받았다. 올해 5월 이후 여섯 차례 톱10 성적, 최근 OK저축은행 읏맨오픈 3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5위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7천만원을 추가하며 상금랭킹 7위, 대상 포인트 9위로 점프했다. 성유진은 “긴 하루였지만 우승으로 끝낼 수 있어 다행이다.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노승희는 시즌 두 번째 우승에 아쉽게 도전했으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금랭킹 1위와 대상 포인트 2위로 시즌 마지막을 빛냈다. 방신실은 최종 라운드 4언더파 68타, 합계 7언더파로 3위를 기록했다. 대상 포인트 1위 유현조는 3타를 잃고 3언더파,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대회 현장에는 선수들의 숨소리와 조명의 빛, 응원 소리가 뒤섞였다. 감정의 진폭만큼 우승을 향한 집념은 더 짙어졌고,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의 응원은 그린을 가득 채웠다.

 

성유진은 LPGA투어 복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모르겠지만 퀄리파잉스쿨을 다시 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정상에 선 성유진은 완벽한 부활과 함께 ‘메이저퀸’으로 한국 여자골프 무대에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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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하이트진로챔피언십#노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