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0년물 국채 응찰률 ‘사상 최저’…정부 재정 우려에 금리 고공행진→BOJ 정책 변화 촉각”
초여름의 바람이 도쿄 금융가의 회색 거리를 스치던 28일, 일본 40년물 국채 입찰 현장에는 이례적 침묵이 짙게 깔렸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실시한 5천억 엔어치 4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2.21에 머물며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시장의 오랜 기억을 다시 한번 불안하게 흔들었다. 40년물 금리는 3.322%까지 오르며, 초장기 채권에 대한 신뢰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 오후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30년물마저 2.876%로 치솟으며, 장중 2.936%의 고점을 그었다. 오랜 기간 전세계 최저 금리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불려온 일본 장기국채가 다시 이방인처럼 외면당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조한 응찰률의 배경에, 누적된 국가 부채 확대와 재정적자 심화가 촘촘히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불과 일주일 전 2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초장기 채권의 인기가 식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닛케이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 현상을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표현하며, 만성적 적자 확대, 소비세 감세 논의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국채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등 전통적 수요자들 또한 적극적인 참여를 멈췄다.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단순히 투자심리의 산물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의 구조적 지속 가능성에 회의감을 드리우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초장기채 금리가 크게 출렁이면, 전체 장기 및 중단기 금리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단기 금리 동향을 보다 우선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다음 달 열릴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채권 매입이나 금리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 예민하게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 정치와 경제의 기반을 떠받쳐온 재정적 안정성마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의 재정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며, 심지어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보다 더 취약하다”고 토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역시 2023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에 달해, 2009년 위기에 빠진 그리스의 127%마저 훌쩍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또한 “글로벌 금리 상승기이자, 시장 참여자들이 일본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점차 염려하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재정 운용을 보다 신중히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며 임금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과 시장의 시선은 일본은행의 향후 행보에 집중돼 있다. 당분간 단기 금리 안정에 정책 초점을 둘 전망이지만, 예기치 않은 통화 전략 변화가 초장기 금리의 불안정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재정의 허술한 뒷모습과 함께, 세계 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은 일본 국채시장은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