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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울산을 걷다”…도시의 기억과 자연이 만나는 여행의 묘미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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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울산에 머무는 일이었다. 이른 아침, 흐릿한 하늘 아래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기온은 19도를 넘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저 산업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울산이지만, 지금은 자연과 역사가 얽힌 도시 여행지로 누군가의 일상이 됐다.

 

요즘은 흐린 날씨에 도시의 숨은 명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은 날, 대나무 숲에는 잔잔한 정적과 맑은 햇살이 스며들었다. SNS에서는 푸른 숲과 은하수길의 야경을 담은 사진이 인기다. 친구들과 가족, 연인들까지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길을 따라 걷거나 밤이 되면 불빛 따라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울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울산

이런 변화는 숫자와 입소문에서도 보인다. 울주군 자수정동굴나라는 한여름에도 선선해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동굴 속 보트 탐험과 원주민 생활관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많다. 실제로 자수정과 쥬라기월드, 눈썰매장 등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사한다.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는 방문객들은 “동굴에서 흐르는 시원한 공기와, 자연에 둘러싸인 기분이 특별했다”고 표현했다.

 

장생포고래문화마을에서는 과거 고래잡이 역사를 떠올리며,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느낄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고래 조형물과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울산의 기억을 전해준다. 지난해와 달리, 체험 위주의 여행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화마을의 미술수업 같은 프로그램이 특히 주목을 받곤 한다는 게 현장 직원의 말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예전엔 울산 하면 공장지대만 떠올렸는데, 이제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딱이다”, “흐린 날에 도심 속 자연을 걷는 맛이 남다르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만큼 울산을 보는 시선도, 도시를 즐기는 방법도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의미는 낯섦보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니까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품은 울산의 해안 도시 여행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바쁜 일상에 여유와 성찰을 더하는 삶의 작은 숨고르기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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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태화강국가정원#장생포고래문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