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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현충일에 판사 맹비난”…美정치권 진영갈등 증폭→국가 통합 논란 확산
국제

“트럼프, 현충일에 판사 맹비난”…美정치권 진영갈등 증폭→국가 통합 논란 확산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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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른 잎새가 알링턴 국립묘지에 드리워진 멤버리얼 데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말없이 무명용사의 묘에 흰 국화를 내려놓았다. 군악대의 엄숙한 곡조와 함께 그는 묵묵히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렸고, 뒤따르던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한줄기 과거의 그림자처럼 그를 곁에서 감쌌다.

 

그러나 정적과 명분이 교차하는 순간, 트럼프가 남긴 메시지는 이 편안한 침묵에 파문을 던졌다. 공식 기념식 연설에서 그는 “이 나라가 존재하는 건 부름에 응답한 이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진 빚은 영원하다”는 그의 단어는 전몰 장병들의 영광을 무겁게 감쌌고, “그들의 용기를 기리는 진정한 기념비는 미국 그 자체”라며 국가의 의미를 되새겼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날,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판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들을 향해 “지난 4년간 미국을 파괴하려 한 쓰레기들을 포함해 모두에게 메모리얼 데이를 축하한다”는 날 선 언명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을 극단적 좌파의 결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을 지옥으로 보내려는 괴물들의 결정을 막아달라”고 연방 대법원에 호소하며 한껏 수위를 높였다.

 

그가 SNS를 통해 인사한 “행복한 메모리얼 데이 되세요”라는 문구에는 미국사회 내부 오랜 대립의 그림자가 스며 있었다. 친트럼프 진영에서는 그의 강경 메시지를 두고 법원의 정치적 편향을 지적하는 동시에, 현체제 전복을 상징적 언어로 강조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 반면 AP통신은 전몰 장병을 추모하는 날에 ‘행복하다’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정치권은 이번 현충일 트럼프의 메시지를 두고 또 한 번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과 바이든 진영은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리는 날에 정치적 비난을 앞세운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공화당 일부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나친 양극화 프레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미국 사법부의 이민 정책 관련 해석과, 연방과 주 정부의 권한 분쟁, 그리고 법적 절차의 정치화 문제가 더욱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현충일 메시지와 판사 비난 논란을 지켜보며 미국 민주주의의 균열, 진영 간 갈등, 그리고 국가 통합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비춰보고 있다. 의전의 상징성과 정치적 소용돌이가 교차하는 지금, 미국 내부의 각성된 긴장감은 곧 다가올 대선과 국제 질서의 흐름에 어떤 여운을 남길지 주목된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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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메모리얼데이#알링턴국립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