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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은 사기경선의 덫”…탈당 결심→보수 쇄신 신호탄
정치

“홍준표, 국민의힘은 사기경선의 덫”…탈당 결심→보수 쇄신 신호탄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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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당에 대한 실망과 배신을 차가운 목소리로 토로했다. 6월의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심경글에는 당에 대한 인간적인 애착과 더불어 깊은 상처가 교차했다. 그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혼돈 속에서 경남도지사를 내려놓고 당의 운명을 짊어졌던 기억을 들춰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지, 폐허 같았던 그 시절, 홍준표 의원은 대선을 완주하며 ‘보수’라는 희미한 불씨를 지키겠다는 책임을 남겼다.

 

그러나 정치는 그의 길을 가시밭으로 바꿔놓았다. 21대 총선에서 그는 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되레 서울보다 더 치열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살아남았다. 복당의 문턱은 높았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국민의힘은 과거의 보수와는 다른 ‘뻐꾸기 둥지’가 됐다고 그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출처: 국민의힘 홍준표 페이스북
출처: 국민의힘 홍준표 페이스북

2021년 대선 경선도 평탄치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출발은 미약했으나 여론의 파도 속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앞섰지만, 조직표로 다시 좌절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공정하지 않은 경선 구조와 반복되는 구태, 그리고 보수 내부의 질곡은 그를 다시 한 번 외롭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 탈당의 갈림길에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머무르기로 결정했으나, 두 번의 ‘사기 경선’이라는 고백은 보수정당 내부에 깊은 분열과 상처를 예고했다.

 

그의 평가에서 국민의힘은 이미 보수를 대표하지 않는 집단으로 비쳤다. “이념도, 진심도 없는 사이비 레밍집단”이라는 거친 언사는 숙연한 경고장과도 같았다. 홍 의원은 “남아 있는 보수 회생의 불씨”로 자신과 이준석 전 대표를 언급하며, 책임을 나누려는 시도에는 선을 그었다. “이 모든 건 니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단언 속에는 오래된 쓴맛과 단념이 동시에 깃들었다.

 

마지막 경고, “곧 다가올 ICE AGE는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문장은 국민의힘 앞에 닥칠 냉혹한 현실에 대한 메아리였다. 국민의힘 내 깊어진 불신과 내부 갈등은 거대한 파문을 예감하게 한다. 정계 일각에서는 홍 의원의 탈당 가능성과 더불어 보수진영 내 분화가 현실로 다가올지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국민의힘의 향후 행보와 조직 재정비 여부가 정치권의 주요 논의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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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국민의힘#이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