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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민국, 고창 들녘에 스미는 삶”…청보리 초록빛→바지락 축제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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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민국, 고창 들녘에 스미는 삶”…청보리 초록빛→바지락 축제 향연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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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바람이 고창 청보리밭 사이로 서성일 때, ‘고향민국’은 땅과 계절을 품은 이곳 사람들의 진솔한 순간을 시청자 앞에 꺼내 놓는다. 들녘의 곡식과 흙 위의 땀방울, 갯벌에 스며든 바닷내음까지 고창이 품은 자연과 마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조용히 펼쳐진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풋풋한 미소와 진한 여운으로 어우러진 삶의 기록이 한 편의 시처럼 스며드는 시간이다.

 

고창의 첫 계절은 청보리밭에서 시작했다. 오래된 ‘모양현’의 이름처럼 보리가 덮은 들은 푸르른 물결로 가득 차고, 들판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끝엔 초여름 햇살과 풍요의 소망이 깃들었다. 복분자 향기의 깊은 봄과 여름, 국악인의 삶을 잠시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최영란 모녀의 일상에는 새벽 이슬과 식초에 담긴 고창의 인내와 사랑이 녹아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보리의 초록과 복분자, 자연을 길들이는 시간의 의미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고창의 계절, 청보리밭부터 바지락 축제까지…‘고향민국’ 자연과 사람→삶의 기록 / EBS
고창의 계절, 청보리밭부터 바지락 축제까지…‘고향민국’ 자연과 사람→삶의 기록 / EBS

수박이 익어가는 여름, 성내마을마다 진한 단내가 흘렀고 노란 수박과 망고수박이 땅의 품에서 자라났다. 해질녘이면 고창읍성 성곽 위로 ‘답성놀이’를 하는 주민들의 걸음이 역사의 무게를 더했고, 크고 작은 일상이 살아 숨쉰다. 선운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서해랑길을 걷는 여행작가 김수남의 발길에는, 숲과 능선 사이마다 흐르는 평온함이 깃들었다. 천일염을 만드는 만돌 염전에서 이어지는 부자(父子)의 노력은 염색된 손끝에 오랜 시간과 바람, 햇살의 흔적을 남겼다. 갯벌엔 동죽과 백합의 생명력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고소한 백합탕은 자연의 풍요를 한입에 담았다.

 

명사십리 해변에 이르면, 단단한 백사장 위를 달리는 말의 굳센 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해변 승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속도를 닮아, 자유와 도전의 여운을 남겼다. 고인돌 군락과 운곡습지의 고즈넉함, 풍천 장어와 복분자 소스의 싱그러운 조화는 오래된 땅이 품은 신비와 현대의 감각을 하나로 엮었다.

 

서고창 하전마을에선, 문을 닫았던 초등학교가 마을 도서관으로 거듭나 새로운 배움의 공간이 생겼다. 광활한 갯벌을 무대로 한 바지락 축제의 신명과 도시에서 돌아온 청년 귀농인들의 꿈, 봄과 여름을 잇는 농악의 흥겨움은 고창이 간직한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 바다와 들녘, 갯벌을 건너 삶을 되짚는 주민들의 표정 속에서, 자연과 시간에 기댄 삶의 진짜 온기가 전해졌다.

 

삶을 노래하는 고창의 사계, 자연에 깃든 사연들은 한 뼘의 땅 위에도 깊은 온기를 심었다. 사라질 듯 다시 피는 마을, 계절마다 달라지는 농사와 농악, 바다와 숲의 시간들이 ‘고향민국’ 4부작에 담겼다. 이 기록은 6월 9일부터 6월 12일까지 저녁 7시 20분, EBS1에서 만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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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민국#고창#청보리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