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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ON 최태성, 학도의용군 마지막 편지”…빗속의 75년, 소년과 가족의 손끝→기억은 지금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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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ON 최태성, 학도의용군 마지막 편지”…빗속의 75년, 소년과 가족의 손끝→기억은 지금도 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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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이름은 늘 희망과 설렘을 품곤 했지만, 75년 전 전쟁의 끝엔 교복을 입은 채 총을 든 학도의용군의 시간이 있었다. KBS1 다큐멘터리 ‘다큐ON’은 지금의 할아버지가 된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잊히지 않은 기록, 전장을 비집고 흐른 그 날의 절실함을 따라간다. 제주에서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 낙동강을 지킨 이름 모를 이들의 흔적, 이 프로그램은 잊혀질 뻔한 과거를 오늘의 언어로 불러낸다.

 

경주중·고등학교 학생 320명은 펜 대신 총을 쥐었고, 130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래산 격전지에서 75년 만에 발굴된 학도의용군 이봉수의 유해처럼, 누군가는 세월을 건너 다시 집 앞에 섰다. 남겨진 친구들과 가족들은 환한 교정과 차가운 추념비 앞에서 이름을 불렀고, 아직도 그 시절을 좁히지 못한 충격과 아픔은 현재의 삶 곳곳에 남아 있다.

"교복 입고 전장에 선 소년들"…다큐ON 최태성, 학도의용군 증언 따라가다→75년의 시간을 잇다 / KBS
"교복 입고 전장에 선 소년들"…다큐ON 최태성, 학도의용군 증언 따라가다→75년의 시간을 잇다 / KBS

당시 소년들이 남긴 편지는 AI로 생동한다. 전사한 학도의용군 이우근이 남긴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라는 글귀에는 총부리를 손에 쥐었던 두려움, 하루를 버티던 죄의식, 그리고 무력한 동료들 사이 소년의 심장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시간에 바랜 흑백 사진이 인공지능의 힘으로 다시 움직이고, 전쟁은 단지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만나는 상처임을 새삼 일깨운다.

 

역사 크리에이터 최태성은 내레이션을 맡아 생존자 곁을 지키며, 학도의용군의 무게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목소리를 하나하나 품는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마음, 세월을 넘어선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망각의 경계에 선 질문까지, 최태성의 언어로 살아난다. 계절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교복 입은 소년들과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은 여전히 한국전쟁의 현재적 아픔을 일깨운다.

 

이번 ‘다큐ON 그곳에 소년들이 있었다’는 6월 21일 밤 10시 25분, 75년을 건너 충돌한 기억과 기록의 풍경을 조명할 예정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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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on#최태성#학도의용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