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대전 골목길에 녹은 온기”…오래된 노포 시간→맛 한 입에 꿈이 번졌다
한 도시의 온기는 오래된 시간과 새롭게 피어나는 꿈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KBS ‘동네 한 바퀴’에서 이만기가 대전광역시 중구의 원도심 골목을 고요히 걸었다. 두근대는 빵골목, 닭강정이 만발한 거리, 손때 묻은 독립서점, 그리고 48년 세월을 지켜온 노포의 온정 넘치는 밥상까지, 그 길 한 끝에 스며든 시간과 사연이 시청자 마음에 잔잔히 흘러들었다.
야구의 열기와 어우러져 닭강정 거리에는 튀김 냄새가 진동하고, 이만기는 응원의 물결 속에서 골목마다 웃음과 설렘을 포착했다. 성심당을 비롯한 대전만의 빵집 투어는 ‘빵향평준화’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빵을 좇아 골목을 채우는 이들의 발길 뒤로 추억과 기대가 얹어졌다. 큐레이션과 영수증 일기로 변화를 꾀하는 김준태 씨의 독립서점에는 느릿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조용히 책에 기대어 머무는 순간마다 골목의 품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선화동 노포 식당의 깊은 맛은 세월을 녹인다. 주방을 지키는 어머니의 손맛과 그 뒤를 잇는 아들의 마음이 점심과 저녁상을 든든하게 채웠다. 이만기는 두 세대에 걸친 장인의 손끝과 오징어 두루치기 한 점에서 묵묵히 이어진 시간의 진득함을 느끼며 울컥함을 감추지 못했다. “든든하게 먹여 보내는 게 복”이라는 사장님의 한마디에는 삶에 대한 고마움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선리단길에는 콩자매가 직접 빚은 콩부각이 16가지 색다른 맛으로 재탄생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부각 한 조각마다 마을을 잇는 작은 꿈이 들어 있다는 자매의 목소리가 소박하게 울려 퍼졌다.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골목에는 특별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옛 충남도청을 리모델링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 됐다. 테라스에 오르면 과거를 끌어안은 오늘의 도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네 대째 이어진 필방 거리의 장대근 장인은 전통 그대로 붓을 깎고 다듬으며, 100년의 손길, 딸에게 이어진 다음 세대의 바람까지 골목에 담아냈다.
유천동의 매운 국밥집에는 가족애와 인생살이의 땀이 고였다. 베트남고추와 청양고추로 맛을 낸 김치, 환갑을 맞아 아이들과 부모가 힘을 합쳐 운영하는 따뜻한 밥상은 보는 이마저 웃게 했다. 그 곁에는 8년째 500원의 행복을 나누는 빵집도 있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저렴한 가격에 찹쌀도넛과 단팥빵을 팔며, 친절한 인사와 따스한 응대로 동네 곳곳에 밝은 기운을 전했다.
‘동네 한 바퀴’ 이만기의 눈으로 본 대전 원도심 골목들은 닭강정과 콩부각, 두루치기, 붓 한 자루에 담긴 역사와 꿈, 그리고 수많은 이웃들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똑같아 보이는 골목도 각자의 시간과 사람이 더해지며 비로소 특별해졌다. 오늘에 쌓인 어제와 내일의 기대, 이들 골목은 앞으로도 묵묵히 삶을 견디며 서 있을 것이다. KBS ‘동네 한 바퀴’는 대전광역시 중구에서 만난 골목의 사연을 6월 7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