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흐리고 쏟아진다”…횡성 장마철 ‘느린 하루’에 머무는 사람들
요즘 횡성의 거리는 연신 젖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산을 펼치고 접는 일이 일상이 됐다. 예전엔 비 오는 날이면 불편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비 내리는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사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14일, 횡성 주민 김준호 씨(42)는 “이쯤 되면 습기 찬 공기에 적응이 된 것 같다”고 소박하게 표현했다. 길거리엔 장화를 신은 아이들과 우산을 씌워 든 어른들, 커피 한 잔을 창가에 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카페 손님들로 가득하다. SNS에는 ‘오늘도 비와 동행’ ‘장마 힐링’ 같은 해시태그가 daily로 쌓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14일을 기점으로 횡성에는 100%의 강수 확률이 이어지며, 주말까지도 흐리고 소나기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16~17일 강수 확률이 96% 이상으로, 이번 주 중부 전역이 장마 영향권”이라고 밝혔다. 기온도 26~29도 사이를 맴돌아 푹푹 찌는 더위보다 눅눅한 습도가 피부에 먼저 와닿는다.
전문가들은 장마철 생활의 본질을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계절적 휴식’이라 부른다. 날마다 맑기만 했던 때와 달리, 긴 비의 계절이 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습도를 못 견디다 창문을 활짝 열거나, 옷가지에 제습제를 넣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심리학자 이지은 씨는 “장마는 강제적으로 머무르게 하고, 무심코 놓쳐왔던 감정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내리면 출근이 힘들어서 싫었는데, 요새는 커피 한 잔에 여유를 느낀다”, “계속 비가 오니까 더 이상 우울하지 않고, 저녁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등 장마를 일상에서 받아들이는 모습이 티가 난다.
사소해 보이는 기후의 변화지만, 비가 내리는 계절에는 삶의 리듬까지 달라진다. 어른들은 잠깐 아이가 돼 빗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신나게 우산을 휘두른다. 횡성의 장마, 그 흐리고 촉촉한 나날이 모든 이의 하루를 천천히, 조금은 다르게 만들고 있다.
작고 사소한 자연의 리듬에 맞추며 우리 삶은 그 안에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