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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전자담배 전면 금지’ 물결…청년 세대 보건 충돌→공중의 건강 실험 주목”
국제

“동남아 ‘전자담배 전면 금지’ 물결…청년 세대 보건 충돌→공중의 건강 실험 주목”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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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무더위 아래, 동남아시아의 거리와 학교, 젊음이 모인 카페마다 빠르게 번지던 전자담배의 잔영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를 향해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그리고 2025년부터 전면 금지를 예고한 베트남까지, 이 지역 국가들은 청년 세대의 건강과 공공의 선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익숙해진 달콤한 향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상징하던 전자담배가, 이제는 단호한 금지의 경계 안에서 또 하나의 사회적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전자담배가 동남아 생활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든 짧은 시간 속에서, 이들이 빠르게 도입한 금지 조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청소년과 청년층으로의 가파른 유입은 곧, 전통적인 담배와는 또 다른 중독과 건강 문제의 문을 열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감각적인 브랜드, 달콤한 향이 유혹처럼 번지던 그 자리마다, 성급했던 금연의 벽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드리운다. 이 때문에 많은 정부는 전통 담배보다 오히려 더 높은 청소년 사용률 통계를 근거로, 확산 이전의 강력한 선제 차단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동남아 ‘전자담배 전면 금지’ 물결…청년 세대 보건 충돌→공중의 건강 실험 주목
동남아 ‘전자담배 전면 금지’ 물결…청년 세대 보건 충돌→공중의 건강 실험 주목

전자담배가 연소 과정 없이 니코틴만을 흡입한다는 점은 그 안전성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다양한 향료와 화학물질이 시간의 축적과 함께 어떤 변이를 낳을지, 명확한 데이터가 부족함이 위협을 키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랜 시간 경고음을 울려왔다. 전자담배 역시 발암물질과 독성이 숨어 있을 수 있으며, 정책 당국은 담배와 다름없는 고강도 규제를 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쌓여왔다.

 

정책의 흐름은 예외 없이 강경하게 흘러왔다. 태국, 싱가포르 등은 이미 수년 전 전자담배의 제조, 판매, 사용, 수입을 일체 차단해 왔다. 베트남도 보건부 판단에 따라, 청소년 연령대의 흡연 인구 확대 및 니코틴 중독 심화를 막기 위해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이들 조치의 밑바탕에는 ‘게이트웨이 효과’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자리한다. 전자담배가 전통 담배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회의 염려, 실제로 일부 금지국에서는 청소년 흡연율 감소라는 우호적 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변화의 급물살 가운데,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며 여전히 시장을 관찰 중이다. 사회적 논란과 경제적 충격, 법체계와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 충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적 금지 정책이 흡연 인구 저감과 공공의료 비용 절감이라는 기대에 부응할지, 혹은 또다른 논쟁의 씨앗이 될지는, 앞으로 각국의 통계와 정책 평가가 답을 내릴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지금, 빠르게 성장하던 전자담배 시장의 역류를 시작했다. 이 흐름의 이면에는, 청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한 깊은 고민과, 공공의 건강을 향한 시대적 실험이 고요히 흐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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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전자담배#세계보건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