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시스템, 국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심우정, 검찰개혁 가속화에 신중론 견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정부와 검찰 수장이 충돌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을 앞두고 현재 추진 중인 검찰 개혁 방향에 신중함을 촉구하며 정부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개혁이 예기치 못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그의 발언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심우정 총장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지막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를 처벌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가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기본권과 직결된다”며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민이 필요로 하고, 일선 검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책임질 수 있는 국가백년대계로서의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심우정 총장이 9개월 만에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신임 대통령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개혁을 본격화하는 국면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친명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고, 봉욱 민정수석과 이진수 법무차관을 전격 임명했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권 분산 등 핵심 개혁 과제가 관철되는 만큼, 총장 사직 시점이 예견돼 왔다는 평가다.
심 총장은 이례적으로 퇴임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 검찰개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도입 시기와 방식, 각 주체 간 협의와 숙의 절차의 중요성을 거듭 상기시키면서, 성급한 법·제도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 책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은 심 총장 작심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검찰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퇴임 총장의 신중론에 주목하며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검찰개혁이 정국 주도권 쟁탈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심 총장이 사법연수원 26기 이후 서울지검, 법무부, 대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온건·기획통 이미지를 쌓았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이날 퇴임식은 오전 10시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치권은 정부와 검찰 조직 간 힘겨루기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회는 검찰개혁 추진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공방을 재점화했다. 정부는 향후 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병행하며 제도 설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