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아래 쉬어가는 하루”…고창의 느린 풍경 속 실내와 자연이 주는 위로
요즘 고창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비가 내려도, 흐린 하늘 아래서도 고즈넉한 실내와 들꽃으로 피는 꽃길이 사람들을 부른다. 예전엔 이곳이 그저 유적지와 청보리밭으로만 기억됐다면, 현재 고창의 하루는 작은 체험과 자연 속 쉼이 일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7월 셋째 주 고창은 최고기온 31도, 최저 23도의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14.8mm의 비와 높은 습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어디 갈 곳 없을까” 찾아보는 이들에게 실내와 자연이 어우러진 농장·플랜트카페는 뜻밖의 쉼터가 된다.

가장 널리 언급되는 곳은 상하면의 상하농원이다. 유기농 텃밭과 동물농장, 수제공방까지 어른과 아이 모두가 자연 가까이에서 뛰놀며 직접 농축산물을 만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흙 냄새에 기분이 차분해졌다”, “아이와 손을 잡고 토마토를 땄다”는 방문 후기들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
계절 따라 꽃과 풍경이 바뀌는 공간도 인기다. 보리나라 학원농장은 청보리밭 장관 자체가 큰 매력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비 내리는 보리밭을 걷는 감각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소박한 감상을 전하는 사람도 많다. 여름시즌 아산면의 필베베팜에선 블루베리 수확과 팜터파크가 열려 “가벼운 비가 올 때는 오히려 모든 감각이 더 살아났다”는 소회가 이어진다.
부안면의 꽃객프로젝트, 대형 식물카페 디온실 컨서버토리도 ‘비 오는 날 피크닉’ 같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분위기 좋은 온실에서 꽃을 바라보니 밖이 흐려도 마음은 맑아진다”, “아몬드 크림라떼 한 잔에 여유가 깃든다”는 반응처럼 일상을 잠깐 벗어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들꽃카페의 딸기라떼, 백일후애의 망고빙수, 연다원의 녹차밭 말차라떼 등 지역만의 계절 음료도 여행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지역 관광 홍보 관계자들은 “고창은 오래된 사계절과 일상을 천천히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비가 올 때도 실내 체험, 카페, 꽃나들이로 일상의 호흡을 세밀하게 바꿔보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느꼈다.
여행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 덕분에 온실 안의 평온을 오래 누렸다”, “비 내리는 날만의 고창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했다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는 “아이와 손잡고 천천히 걷는 꽃길, 촉촉한 흙냄새와 식물 향이 생각보다 속을 편하게 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느리고 조용한 풍경은 고창이라는 공간을 다시 보게 만든다. 꽃이 피는 식물원, 비 오는 날의 따스한 카페, 농장 한 귀퉁이의 짧은 산책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고창에서의 하루가 그려준 풍경은, 당분간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쉼표가 돼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