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넘어선 예술의 울림…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V, 베토벤으로 전하는 불멸의 힘→가을 무대의 깊은 감정
깊은 가을, 오케스트라의 현이 시작을 알리는 순간, 한 해의 감정들이 조용히 물결친다. 단원들 사이의 숨결까지 느껴지던 공간에서 베토벤의 선율은 삶의 굴곡을 닮아 흐르고, 김선욱 예술감독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음악은 아득한 운명의 문턱을 두드린다. 강렬한 동기와 치열한 에너지는, 관객 모두의 내면에 무언의 질문을 남기며 홀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4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V–불멸’로 가을의 서정을 연다. 이번 무대는 협연자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만이 펼치는 순수한 울림으로, 오로지 음악의 본질과 집단적 에너지가 품어진다. 1부를 여는 베토벤 교향곡 4번은 영웅적 서사와 운명 사이에 자리한 밝음과 고전적 조화로움, 경쾌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그 맑은 선율은 일상에 스며든 희망처럼 객석으로 번져 듣는 이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넨다.

이어 2부에서 연주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네 개의 음으로 시작해 거대한 극복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 작품 특유의 압도적인 도입부, 그리고 마지막 악장에 이르는 고조는 고난과 승리, 삶과 예술이 만나는 구간마다 심연의 떨림을 전한다. 단원들은 절제되고 집중된 음 하나하나로 위대한 메시지를 오롯이 관객에게 실어 보낸다.
관계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통해 극복의 의미와 불멸의 힘을 전하고자 한다”며,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라 전한다. 관객들은 음악을 통해 시간의 강을 건너듯, 고요히 흐르는 서사와 맞닿는다.
오는 10월 24일과 25일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누구나 삶 속 위로와 위대한 예술의 힘이 필요할 때 찾아와 안길 수 있는 단단한 울림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을의 심연에서 건져낸 베토벤의 음악은, 격정 뒤의 침묵처럼 각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