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선제골의 각성”…한국,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팬들 환호
숨죽인 대기 끝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트로피를 마주한 감격의 순간을 지켜봤다. 전반 내내 이어진 팽팽한 흐름, 결국 지소연의 침착한 페널티킥이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꿔놨다. 후반 추가 득점까지 더해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대만을 2-0으로 눌렀다. 오랜 기다림 끝의 정상 복귀에 환호가 터졌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여자부 마지막 3차전. 숙명의 대결로 불린 이 날, 대표팀은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전장의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전 80%의 점유율, 9-0에 달하는 슈팅 우위를 점하고도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한 채 긴장감이 높아졌다. 동시간대 일본과 중국의 무승부로 인해 한국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 내몰렸다.

그 긴박함 속에서, 후반전 지소연은 페널티킥 찬스를 침착하게 연결하며 선제골을 만들었다. 이 골이 분수령이 됐고, 이어진 추가 득점으로 승리는 더욱 확고해졌다. 지휘봉을 잡은 신상우 감독의 변화와 결단도 빛났다. 그는 하프타임에 “전반은 이미 지나갔다”며 선수들의 심리적 긴장을 다독였고, 마침내 꿈꾸던 우승을 현실로 만들었다.
경기 종료 이후, 신상우 감독은 “4시 경기(중일전) 전 간절하게 바라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1%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상우 감독 부임 후 강조해온 세대교체와 신구 조화가 이번 우승으로 더욱 도드라졌다. 그는 “오늘 하루는 마음껏 즐기겠다”며 선수와 팬 모두가 함께한 여운을 강조하는 한편, "11월 평가전까지 관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승리와 기쁨 너머, 20년이라는 세월이 품은 의미는 각별하다. 위기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흔들림 없던 집중력, 그리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선수들의 떨림까지.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다시 한번 대표팀과 감동을 공유했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11월 치러질 평가전을 앞두고, 상승세와 새로운 역사의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다.